3-25.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21 년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익스플로러 단축키(Ctrl+F)로 시 제목, 내용, 시인 이름을 검색(?) 할 수 있습니다.  ^^;

1244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김신영 살아온 마디만큼 응시가 깊어지고 당신을 그리워할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새로워진 것들이 하나둘 붉은 얼굴을 불러들이는 봄 얼굴 가득 들어찬 주름을 털어 내 나도 봄을 불러 들인다 너무 아픈 기억이 만든 사랑도 봄이 되는 저녁 잊을 수 있을까 두렵던 날도 봄빛을 담는다 두근거리는 저녁 사랑 하나 품어 몰래 간직한 바람, 숲, 안개가 봄빛이다 어딜 가나 당신이 있다 봄빛나무 잔가지에서 눈을 반짝이고 무성한 이파리들 속에도 당신이 있다 하얀 눈이 내려 덮인 산하에도 첫사랑같은 문장이 스며 나무에 묶어둔 마음이 봄이 된다 인생이 어느 가시밭길을 갈지 모르나 연탄길같은 다정을 키워보는 것 바람부는 마음을 안고 걸어도 봄을 안고 걷는 것 오늘 종로방향은 봄빛 일색이다 하늘이 흐리고 마음은 더 광막하여도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꽉 막혀 있어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게시기간 : 2021.02.28. ~ 03.06.) 1243 오래된 구두 박천서 오늘을 끌고 가는 상념을 따라 오래된 구두 뒤축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삶의 질곡에 밤과 낮 자갈길도 휘어진 비탈길도 묵묵히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 언제부터인가 살갗이 갈라지며 답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칭얼거려도 무시당하는 것이 없는 놈이 팔자라며 타이르고 비오는 날 발끝을 세워도 질퍽한 양말 울음 앞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앙다물고 손가락 헤아리며 날짜를 잡았지만 쉬 지켜지지 않는 신음소리 지친영혼 선술집 찾아들어 행여 누가 볼세라 구석진 자리 감추어보는 내 안에 근심 닳아빠진 구두 뒷굽 속에 들어앉은 사내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게시기간 : 2021.02.21. ~ 02.27.) 1242 스민다는 것 참 좋은 것 같다 이승용 어둠은 빛에 스미고 어제는 다시 오늘에 스미고 당신은 내게 스미듯 나 당신께 스민다 시간을 계절에 스며들어 겨울을 여는 것이다 또한 침묵에 스며들어 봄이 자라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금이 있다 사랑도 스미는 것이다 틈으로 스미는 일로서 새로운 무엇이 여는 것이다 스미지 않고서는 닫힌 마음을 열 수 없고 언 땅을 열 수 없는 것처럼 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스며든 풀잎에는 생기가 있다 스며든 사람 사이에는 이해가 있다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안다 이파리의 떨림이 나비의 흔들림이 모두가 스미는 일로서 꽃이 핀다 스며든 새벽이 있어 눈을 뜨고 맑고 깨끗한 아침을 맞는 중이다 스민다는 것은 착한 영혼이다 부드럽고 고운 혼이다 스민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게시기간 : 2021.02.14. ~ 02.20.) 1241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신동집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그러나 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 사실이다. 얼룩진 아침노을의 식은 열이 되어 때로는 그러한 흙비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또 한번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그러나 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 다시 한번 사실이다. 덜렁이는 남루의 자락이 되어 절룩이는 흙발의 막대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정중히 일어서 마중을 할 일 맞아서 말 못할 회포나 풀 일 한때는 보듬던 꿈이었으니 그런 날의 향기였으니. (게시기간 : 2021.02.07. ~ 02.13.) 1240 어머니가 고향이다 허동인 '고향' 하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 하면 고향이 생각난다. 딸자식은 다 출가시키고 아들자식은 다 객지에 나가 살고 붙박이 별처럼 홀로 고향을 지키시는 우리 어머니 어릴 때 살았던 고향집이 생각날 때면, 선영들이 잠들어 있는 고향 산천이 그리울 때면, 어머니가 곧 고향이다. 고향이 곧 어머니다. (게시기간 : 2021.01.31. ~ 02.06.) 1239 이선유 주머니를 따듯하게 하는 말 대형마트에 포인트가 있다면 재래시장에는 덤이란 게 있지요 동태 두 마리 사면 홍합 한 줌 집어주고 배추 세 포기 사면 생강 한 톨 얹어주는, 무언가 쥐어주고 얹어줘야 마음 편한 넉넉한 손들 덤의 공식은 마음에 마음을 더한 것 덤의 온도는 체온에 체온을 더한 것 마음이 추운 날은 시장으로 가지요 주고받는 훈훈한 거래에 사람 냄새가 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끈이 있듯 덤과 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끈이 있지요 끈끈해서 끊을 수 없는 끈 끈적끈적해서 발을 뺄 수 없는 끈 시장에는 전자저울보다 손저울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게시기간 : 2021.01.24. ~ 01.30.) 1238 하루의 사용법 조재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게시기간 : 2021.01.17. ~ 01.23.) 1237 100%는 없다 이진이 햇빛은 비타민D를 생성해서 구루병. 충치. 골절을 예방해주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주지만 기미와 주름을 생기게 한다. 커피는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노화를 방지하지만 위염과 불안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랑은 둘이 함께하기에 외롭지 않게 하지만 둘이기에 더 외롭게 하고 일상의 행복은 시련이 있어야만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행운도 악운도 세상 어느 것 하나도 100% 나쁘기만 하거나 100% 좋기만 한 것은 없다 (게시기간 : 2021.01.10. ~ 01.16.) 1236 발의 본분 조경희 발은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발바닥이 지면과 맞닿아 땅을 딛고 서 있을 때 발은 발다웠다 걸어야 한다는 의욕에 불타올랐다 깁스에 결박당해 있던 지난 며칠 동안 발은 발이라기보다 한낱 석고에 지나지 않았다 걷는 일이야말로 발의 본분이며 진보이고 또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깁스를 풀고 오른쪽 발을 바닥에 내딛는 순간 묵직한 지면이 발바닥을 자극하며 발에 힘이 실렸다 중력을 받들어 꾸욱, 바닥에 바닥을 포갰을 때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의 중심이 되었다 발은, 멈췄던 길을 다시 부른다 눈앞에 지도가 펼쳐지듯 걸어서 가야 할 길들이 어서 오라 그의 발을 끌어당긴다 왼발, 오른발, 왼발은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아무리 가보고 싶어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는 것도 발바닥에 지문처럼 새겨두었다 새들이 먼 하늘을 날 때 희열을 느끼듯 발은 먼 길을 여행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때 걸음이 가벼웠다 (게시기간 : 2021.01.03. ~ 01.09.) 1235 새해엔 최계락 무거운 얼음장 밑을 그래도 냇물은 맑게 흐른다. 그렇다 찬바람을 가슴으로 받고 서서 오히려 소나무는 정정한 것을. 새해엔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어둡고 답답한 땅 속 깊은 곳에서도 지금쯤 새 봄의 기쁨을 위해 제 손으로 목숨을 가꾸고 있을 꽃씨. 그렇다 언젠가 이른 아침을 뜨락에 쏟아지던 그 눈부신 햇살처럼 나도 새해엔 그렇게 살아야지. (게시기간 : 2020.12.27. ~ 2021.01.02.)


3-25.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21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