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21 년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익스플로러 단축키(Ctrl+F)로 시 제목, 내용, 시인 이름을 검색(?) 할 수 있습니다.  ^^;

1257 그대의 힘 이인구 아내가 없는 집은 참 넓다 늘 나란히 앉았던 소파에서 식탁 너머 창까지 무료해진 시선 가는 길 수 헤아릴 만큼 길다 언제나 환할 줄만 알았던 집 안도 어둡다 아내가 없으면 불을 켤 필요가 없다는 것 처음 알았다 그리고 또 아주 고요하다 아내가 없으면 전화도 울리지 않고 티브이도 떠들지 않는다 귀찮던 아이들 노는 소리 세탁 외치는 소리 타박하던 내 목소리까지 다 쓸어 담아 아내가 데려갔을까 있어도 들리지 않는다 아내가 없으니 나 갑자기 밖에서 온 자로 있어야 할 것들이 있을 자리를 하나도 채우지 못해 망연히 홀로 된 느낌 아내가 없으니 여태 산 것이 다 남의 집살이였던 듯하다 이렇듯 몰랐던 그대의 힘 (게시기간 : 2021.05.30. ~ 06.05.) 1256 장미 양상용 세상에 티 하나 없는 무구한 인생은 없어 부딪히고 금이 가다 보면 깨지지 않게 조심하게 되고 그렇게 상처받다 보면 어느새 어여쁜 장미에도 가시가 돋아나지 괜찮아! 네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네가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거란다 네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갈망하듯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란다 너에게 돋아난 가시를 너무 걱정하지는 마 가시가 돋아난 장미에도 나비는 찾아온단다 (게시기간 : 2021.05.23. ~ 05.29.) 1255 응, 응 권애숙 살아보는 거다 응달을 먹고 피는 꽃들을 봐라 은방울꽃, 꽃고비, 둥글레 얼마나 씩씩하냐 양지만을 지향하는 덩굴들이 시끌시끌 볕 좋은 곳으로 모여들어도 저를 다 푼 향기로 음지를 살려내는 것들 온몸으로 은종을 흔든다 사방팔방으로 꽃사다리 놓는다 둥글게 은근하게 바깥을 빛내는 족속들 응달에 산다고 꿈까지 응달이겠나 내면 그득 양달을 품고 그늘을 데우는 해맑은 당신의 전부가 빛이다 응, 응, 잘 했어 힘내자 달달하게 등 토닥거려주는 당신이나 나나 하층의 힘 센 음지식물들 (게시기간 : 2021.05.16. ~ 05.22.) 1254 젊은 날의 초상 이경우 휴일 아침 바람처럼 달려가는 용달차를 본다. 어느 풀잎 같은 가장이 다시 새 보금자리 찾아 이사를 하는가 덮어씌운 비닐을 깃발인 양 펄럭이면서. 한창 벌꿀처럼 달달해야 할 신혼부부가 낯선 근무지 전출 명을 받아 찾아가고 있는 건지. 제집의 불안을 느낀 논병아리들이 서둘러 다른 둥지 찾아 옮겨 가는 것처럼 혹여, 집 없는 서러움에 눈물지며 떠나는 건 아닌지. 차가 신호등에 잡혀있는 동안 앳된 가장 고개 내밀고 흘낏 돌아보는데 내가 왜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까.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텔레비전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얌전히 포개 앉은 고만고만한 살림도구들. 소꿉장난감 같은 저 이삿짐 풍경이 왜 이렇게 내 눈에 낯이 익는 것인지. 남들은 편히 쉬고 있는 휴일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속절없이 실려 가는 저 까치집 같은 살림살이들. 그걸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게시기간 : 2021.05.09. ~ 05.15.) 1253 난 어린이가 좋아 이정훈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이 많고 빈 병 같은 어른들은 싫어. 어린 나이에 모르는 걸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라를 위한다면서 내 주장만 내세우고 내 욕심만 차리는 거짓말투성이 어른들은 싫어. 동무끼리 다정하게 공부하면서 배고픈 동무들을 걱정해 주고 밥 한끼 나눠 먹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걸핏하면 웅성웅성 데모하는 어른들은 싫어. 오순도순 사귀면서 지혜로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두 동강 난 우리 나라 통일 못 이루고 형제끼리 맞서는 어른들은 싫어. 금강산 마을 제주도 섬마을 서로서로 손잡고 노래부르는 어린이가 난 좋아. (게시기간 : 2021.05.02. ~ 05.08.) 1252 짧은 영화 구경 문익호 젊음이 가득할 때는 오늘 내일을 오르내리며 살았는데, 한 세상 살고 나니 이제는 점점 어제 오늘을 오락가락하며 산다. 햇볕 좋은 산기슭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풀꽃 같은 추억들이 이 세상 곳곳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풀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 향기로운 눈길을 보내듯, 추억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 그리운 동영상을 보여준다. 잠깐 사이에 짧은 영화 구경을 또 했나 보다. (게시기간 : 2021.04.25. ~ 05.01.) 1251 밑창을 갈다 이성웅 신발굽이 나를 인도한 곳은 구두병원이었다 앞만 보고 걸은 것뿐인데 바깥쪽이 달아있었다 내 중심을 잡아준 것은 약삭빠른 머리도 부지런한 발도 아닌 구두밑창이었다 몸통이 깎여나가는 동안 길을 편히 다닐 수 있었나보다 말없이 내 하중 받아내며 동행했던 것이다 걸어온 길의 이력이 새겨진 뒷굽 주위의 보폭을 가늠하지 않았던 성급한 내 걸음을 제어한 흔적이 역력하다 바른길만 걷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신발만큼이나 허술한 수선공, 내 얼굴 힐끗 보곤 밑창을 갈아치운다 시속 0키로의 휴식, 아득한 발자취를 섬긴 기억과 들락거린 비밀까지 모두 지워버렸다 정작 갈아야 할 것은 무겁거나 치우친 내 안쪽인지도 모를 일, 새삼 걸음이 낯설다 (게시기간 : 2021.04.18. ~ 04.24.) 1250 놀이터에서 배운 것들 이장근 닿을락 말락 하는 철봉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았을 때의 짜릿함이 더 높은 곳을 보게 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넷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높은 것보다 좋은 건 더 높은 거였지만 떨어지기 전에 잠깐 멈추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줄을 놓고 뛰어내릴 때가 제일 좋았지만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 내려와야 했다 한 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재미가 없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 앉거나 뒤로 물러나 앉아야 했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미끄럼틀로 내려오는게 싱거워지면 미끄럼틀로 올라갔다 그러다 내려오는 친구에게 떠밀려 미끄러지기도 했는데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 올라가는 사다리가 옆으로 놓이니 건너가는 사다리가 되었다 건너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게시기간 : 2021.04.11. ~ 04.17.) 1249 주유소 풍경, 차와 사람들 최병무 아우디를 몰고 오는 운전자 중에 정중히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반도체 하청공장을 하고 있다는 그 사람은 나보다 더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꼭 돼지상을 한 그 아줌마는 체어맨을 몰고와 코를 푼 휴지를 내 발 밑에 던지고 간다 젊은 사장 박공원씨는 포크레인을 트럭에 업고 와서 경적을 울려댄다 자기가 나를 먼저 봤다는 싸인이다 아침마다 애마같은 장비에게 큰 절을 하고 나온다는 그 사람은 인생이 즐겁다 그는 좌우명이 '웃으며 살자'라고 했다 우리는 급히 친해진 사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더 자주 장비에게 말을 걸고 쓰다듬어 주라고 했다 그를 위해 기름 값이 더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시기간 : 2021.04.04. ~ 04.10.) 1248 설거지 성숙옥 싱크대에 쌓인 그릇 밥알의 하루를 지운다 겹쳐 빠지지 않는 그릇을 찬물과 더운물에 담그니 싱겁게 몸을 드러낸다 이렇게 단순하게 풀릴 것을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다 소박한 온기가 그릇의 집착을 놓게 한다 접히는 바람과 풀리는 하늘에도 답이 있음을 문이라고 믿고 두드린 벽의 일들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란 한 곳의 축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제자리만 맴도는 헛방인지도 모른다 동그라미가 커지는 순간과 터지는 순간 사이 넓이를 따르다 엎질러지고 마는 물인지도 쏴아 쏴아 식경(食經)을 씻는다 허공을 익힌 허기와 길에서 다시 찾은 길까지 다 지워진다 뽀드득,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닦인 그릇의 탄성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 내 마음 살며시 그 위에 포개본다 (게시기간 : 2021.03.28. ~ 04.03.) 1247 목련꽃 김귀녀 지난해 가지치기한 목련을 보았네 목련 봉긋한 가슴들이 망울망울 맺히고 있었네 홀로 힘겹게 홀로 피었네 텅 빈 가지에서 아픔이 하얗게 피는 줄 모르고 있었네 고개를 떨구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 줄만 알고 있었네 봄이 이렇게 아프게 오고 있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네 내 모습 부끄러워 땅만 보았네 (게시기간 : 2021.03.21. ~ 03.27.) 1246 진달래꽃 손상근 감추려 애써도 자꾸자꾸 망울지는 이 붉은 그리움 아직은 쌀쌀한 당신인데도 그 앞에 자꾸만 부푸는 가슴 오늘은 당신 앞에서 붉고 붉은 빛으로 피는 사랑을 감출 수가 없네요 (게시기간 : 2021.03.14. ~ 03.20.) 1245 산 위에서 김원기 산 위에서 보면 바다는 들판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새싹처럼 솟아오르고 싶은 고기들의 설렘을. 산 위에서 보면 들판은 바다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고기비늘처럼 번득이고 싶은 새싹들의 설렘을. 산 위에 서 있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순한 짐승 그러나 너는 알 거야 한 마리 새처럼 날고 싶은 내 마음의 설렘을. (게시기간 : 2021.03.07. ~ 03.13.) 1244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김신영 살아온 마디만큼 응시가 깊어지고 당신을 그리워할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새로워진 것들이 하나둘 붉은 얼굴을 불러들이는 봄 얼굴 가득 들어찬 주름을 털어 내 나도 봄을 불러 들인다 너무 아픈 기억이 만든 사랑도 봄이 되는 저녁 잊을 수 있을까 두렵던 날도 봄빛을 담는다 두근거리는 저녁 사랑 하나 품어 몰래 간직한 바람, 숲, 안개가 봄빛이다 어딜 가나 당신이 있다 봄빛나무 잔가지에서 눈을 반짝이고 무성한 이파리들 속에도 당신이 있다 하얀 눈이 내려 덮인 산하에도 첫사랑같은 문장이 스며 나무에 묶어둔 마음이 봄이 된다 인생이 어느 가시밭길을 갈지 모르나 연탄길같은 다정을 키워보는 것 바람부는 마음을 안고 걸어도 봄을 안고 걷는 것 오늘 종로방향은 봄빛 일색이다 하늘이 흐리고 마음은 더 광막하여도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꽉 막혀 있어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게시기간 : 2021.02.28. ~ 03.06.) 1243 오래된 구두 박천서 오늘을 끌고 가는 상념을 따라 오래된 구두 뒤축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삶의 질곡에 밤과 낮 자갈길도 휘어진 비탈길도 묵묵히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 언제부터인가 살갗이 갈라지며 답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칭얼거려도 무시당하는 것이 없는 놈이 팔자라며 타이르고 비오는 날 발끝을 세워도 질퍽한 양말 울음 앞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앙다물고 손가락 헤아리며 날짜를 잡았지만 쉬 지켜지지 않는 신음소리 지친영혼 선술집 찾아들어 행여 누가 볼세라 구석진 자리 감추어보는 내 안에 근심 닳아빠진 구두 뒷굽 속에 들어앉은 사내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게시기간 : 2021.02.21. ~ 02.27.) 1242 스민다는 것 참 좋은 것 같다 이승용 어둠은 빛에 스미고 어제는 다시 오늘에 스미고 당신은 내게 스미듯 나 당신께 스민다 시간을 계절에 스며들어 겨울을 여는 것이다 또한 침묵에 스며들어 봄이 자라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금이 있다 사랑도 스미는 것이다 틈으로 스미는 일로서 새로운 무엇이 여는 것이다 스미지 않고서는 닫힌 마음을 열 수 없고 언 땅을 열 수 없는 것처럼 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스며든 풀잎에는 생기가 있다 스며든 사람 사이에는 이해가 있다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안다 이파리의 떨림이 나비의 흔들림이 모두가 스미는 일로서 꽃이 핀다 스며든 새벽이 있어 눈을 뜨고 맑고 깨끗한 아침을 맞는 중이다 스민다는 것은 착한 영혼이다 부드럽고 고운 혼이다 스민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게시기간 : 2021.02.14. ~ 02.20.) 1241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신동집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그러나 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 사실이다. 얼룩진 아침노을의 식은 열이 되어 때로는 그러한 흙비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또 한번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그러나 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 다시 한번 사실이다. 덜렁이는 남루의 자락이 되어 절룩이는 흙발의 막대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정중히 일어서 마중을 할 일 맞아서 말 못할 회포나 풀 일 한때는 보듬던 꿈이었으니 그런 날의 향기였으니. (게시기간 : 2021.02.07. ~ 02.13.) 1240 어머니가 고향이다 허동인 '고향' 하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 하면 고향이 생각난다. 딸자식은 다 출가시키고 아들자식은 다 객지에 나가 살고 붙박이 별처럼 홀로 고향을 지키시는 우리 어머니 어릴 때 살았던 고향집이 생각날 때면, 선영들이 잠들어 있는 고향 산천이 그리울 때면, 어머니가 곧 고향이다. 고향이 곧 어머니다. (게시기간 : 2021.01.31. ~ 02.06.) 1239 이선유 주머니를 따듯하게 하는 말 대형마트에 포인트가 있다면 재래시장에는 덤이란 게 있지요 동태 두 마리 사면 홍합 한 줌 집어주고 배추 세 포기 사면 생강 한 톨 얹어주는, 무언가 쥐어주고 얹어줘야 마음 편한 넉넉한 손들 덤의 공식은 마음에 마음을 더한 것 덤의 온도는 체온에 체온을 더한 것 마음이 추운 날은 시장으로 가지요 주고받는 훈훈한 거래에 사람 냄새가 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끈이 있듯 덤과 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끈이 있지요 끈끈해서 끊을 수 없는 끈 끈적끈적해서 발을 뺄 수 없는 끈 시장에는 전자저울보다 손저울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게시기간 : 2021.01.24. ~ 01.30.) 1238 하루의 사용법 조재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게시기간 : 2021.01.17. ~ 01.23.) 1237 100%는 없다 이진이 햇빛은 비타민D를 생성해서 구루병. 충치. 골절을 예방해주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주지만 기미와 주름을 생기게 한다. 커피는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노화를 방지하지만 위염과 불안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랑은 둘이 함께하기에 외롭지 않게 하지만 둘이기에 더 외롭게 하고 일상의 행복은 시련이 있어야만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행운도 악운도 세상 어느 것 하나도 100% 나쁘기만 하거나 100% 좋기만 한 것은 없다 (게시기간 : 2021.01.10. ~ 01.16.) 1236 발의 본분 조경희 발은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발바닥이 지면과 맞닿아 땅을 딛고 서 있을 때 발은 발다웠다 걸어야 한다는 의욕에 불타올랐다 깁스에 결박당해 있던 지난 며칠 동안 발은 발이라기보다 한낱 석고에 지나지 않았다 걷는 일이야말로 발의 본분이며 진보이고 또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깁스를 풀고 오른쪽 발을 바닥에 내딛는 순간 묵직한 지면이 발바닥을 자극하며 발에 힘이 실렸다 중력을 받들어 꾸욱, 바닥에 바닥을 포갰을 때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의 중심이 되었다 발은, 멈췄던 길을 다시 부른다 눈앞에 지도가 펼쳐지듯 걸어서 가야 할 길들이 어서 오라 그의 발을 끌어당긴다 왼발, 오른발, 왼발은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아무리 가보고 싶어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는 것도 발바닥에 지문처럼 새겨두었다 새들이 먼 하늘을 날 때 희열을 느끼듯 발은 먼 길을 여행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때 걸음이 가벼웠다 (게시기간 : 2021.01.03. ~ 01.09.) 1235 새해엔 최계락 무거운 얼음장 밑을 그래도 냇물은 맑게 흐른다. 그렇다 찬바람을 가슴으로 받고 서서 오히려 소나무는 정정한 것을. 새해엔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어둡고 답답한 땅 속 깊은 곳에서도 지금쯤 새 봄의 기쁨을 위해 제 손으로 목숨을 가꾸고 있을 꽃씨. 그렇다 언젠가 이른 아침을 뜨락에 쏟아지던 그 눈부신 햇살처럼 나도 새해엔 그렇게 살아야지. (게시기간 : 2020.12.27.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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