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19 년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익스플로러 단축키(Ctrl+F)로 시 제목, 내용, 시인 이름을 검색(?) 할 수 있습니다.  ^^;

1139 내 집이 천국이다 김길남 근 한 달여를 밖으로 나가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세 나라에서 끼니때면 김치도 없는 밥을 먹고 날이면 날마다 일정 맞추느라 모닝콜 소리에 잠도 맘대로 못 자고서 이곳저곳 졸린 눈 비벼가며 돌아다니다가 어젯밤 집에 와 푹 잤더니만 이토록 평안함 있으랴 아 여기 내 집이 천국일세 천국 (게시기간 : 2019.02.24. ~ 03.02.) 1138 소금 김지나 마음 상하지 말라고 아침에 일어나 가슴 속에 가득 소금을 뿌리고 나섰다 살아가면서 제 맛 그대로 내고 살 수 없기에 처음처럼 신선한 채 남아 있을 수 없기에 쓰라린 줄 뻔히 알면서도 한 됫박 소금을 푸는 출근길 아침 오늘도 퇴근 무렵이면 간간하게 절은 가슴 위로 삶의 맛이 배어들었겠다 (게시기간 : 2019.02.17. ~ 02.23.) 1137 골목이라는 말 속엔 김지헌 골목이라는 말은 얼마나 따뜻한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누군가 내다버린 연탄재처럼 다친 무릎에 빨간약 발라주던 무뚝뚝한 아버지처럼 골목이라는 말 속엔 기다림이 있다 벚나무 아래 작은 의자 하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둠이 먹물처럼 번지는 시각 생 무를 깎아먹는지 창밖으로 도란도란 들리는 목소리 골목이라는 말 속엔 아이들이 있다 너무 늙어버린 골목이지만 여전히 몽환 같은 밤을 낳아 여자들은 열심히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쑥쑥 커서 누군가의 애인이 되어 역사를 이어가는 골목의 불멸 사소한 것들이 모여 사랑이 이루어지듯 때론 박애주의자 같은 달빛이 뒷모습까지 알몸으로 보여 주는 절망과 희망이 번갈아 다녀가는 골목 (게시기간 : 2019.02.10. ~ 02.16.) 1136 엄마가 된다는 것 이성이 어느 날 글쎄 내가 아이들이 흘린 밥을 주워 먹고 먹다 남은 반찬이 아까워 밥을 한 그릇 더 먹는 거야 입고 싶은 옷을 사기 위해 팍팍 돈을 쓰던 내가 아예 옷가게를 피해가고 좋은 것 깨끗한 것만 찾고 더러운 것은 내 일이 아니었는데 그 반대가 되는 거야 아이가 사달라고 하면 줄서는 것도 지키지 않아 예전에 엄마가 그러면 엄마! 핀잔주며 잔소리를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되는 거야 아이가 까무러치게 울면 이해할 수 없어, 아무데서나 가슴을 꺼내 젖을 물리는 거야 뭔가 사라져가고 새로운 게 나를 차지하는 거야 이런 적도 있어, 초록잎이 아이에게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이가 아픈 거야, 그래서 공터에 가서 풀을 베다가 침대 밑에 깔아주기도 했어 엄마도 태어나는 거야 (게시기간 : 2019.02.03. ~ 02.09.) 1135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게시기간 : 2019.01.27. ~ 02.02.) 1134 우리 닮아갈 때 세상은 아름답다 최영복 오늘도 너를 만날 거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거냐 언제부터 너는 내 눈 가까이 다가와 아주 천천히 조금씩 가슴 이곳저곳을 점령하더니 꿈을 꿔도 그 속에서 미소 짓는 너의 모습을 보이게 하더라 너도 이런 마음인 거지 그렇게 하나씩 닮아가는 우리 마음 수많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거 맞지. (게시기간 : 2019.01.20. ~ 01.26.) 1133 산과 강은 한현정 산을 돌아 흐르는 강과 강에 제 모습을 비추는 산 항상 변함없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오랜 세월 흐르고 또 흘러 왔지만 강은 한 번도 같은 물을 담아 본 적 없었고 늘 말없이 그 강을 지켜봤던 산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새 움을 틔워 왔었지 산과 강은 변함없는 게 아니야 부지런히 제 할 일 다 하고 있었던 거야. (게시기간 : 2019.01.13. ~ 01.19.) 1132 나를 위한 기도 김도화 나 오늘 하루를 사는 동안 깊이 사랑하게 하소서. 내가 보낸 눈길 하나가 의미가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눈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 오늘 하루를 사는 동안 진정으로 미소하게 하소서.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기쁨이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슬픔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 오늘 하루를 사는 동안 겸허로 돌아보게 하소서. 내가 걸어간 발자국 하나가 희망이기보다는 누군가의 방황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 오늘 하루를 사는 동안 고요히 바라보게 하소서. 내가 본 그 시선 하나가 높고 푸른 하늘이기보다는 아픈 상처 가득한 내 벗임을 깨닫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19.01.06. ~ 01.12.) 1131 솔개 곽문연 낡은 부리가 빠질 때까지 부리로 바위를 쪼개고 있는 솔개를 보았다 솔개는 새로 돋은 부리로 늙은 발톱과 두꺼워진 깃털을 뽑아내고 새 발톱과 깃털을 세운다 생은 때로 제 살을 도려내야 다시 서는 것 아슬한 절벽을 지나 솔개가 산을 덮으며 산맥을 넘는다 (게시기간 : 2018.12.30. ~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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