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8 년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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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새해의 소원 안국훈 한해가 저물고 새벽은 질주합니다 일에는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이 있고 지나간 일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냥 망설일 수만 없어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합니다 닭이 울어 새벽이 오는 게 아니듯 달력이 바뀐다고 새해가 오는 게 아닙니다 새해는 지난 미련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겁니다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희망으로 약속해야 합니다 새해에 뜨는 해는 당신의 큰 뜻입니다 새해에 부는 바람은 당신의 힘찬 기운이고 새해에 비는 소원은 당신의 간절한 속마음입니다 새로운 날을 맞아 뜻을 세우고 기운을 내면 가슴엔 꽃향기 같은 온기가 흐릅니다 새해는 당신의 여생 중 가장 젊은 날입니다 부디 꿈을 이루소서 하루가 소중한 날 되십시요 정녕 올해는 당신의 해가 되십시요 (게시기간 : 2008. 12.28.~2009. 1. 3.) 608 한강 장순금 양수리에 갔습니다 몸을 펴고 누운 물의 젊은 혼들이 역사의 푸른 등줄기를 타고 서울로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싱싱한 햇살을 거느리고 그 아래 뜨거운 열망을 거느리고 푸른 이마 적시며 걸어오는 아침의 청청한 물소리 서울은 그 푸른 물소리에 몸을 씻습니다 허공의 거미줄 같은 통화음 야경 번쩍이는 서울의 관절통 빌딩도 내려와 고단한 몸을 접고 시간도 은밀히 마음을 내려놓는 한강의 물방울 속 역사를 끌고 가는 서울의 물결은 깊은 걸음으로 출렁입니다. (게시기간 : 2008. 12.21.~12.27.) 607 안개 강희근 안개가 아파트 지붕을 딛고 내려와 창문을 제 어머니 젖인 양 어루만지더니 땅바닥으로 흘러 내리어, 마침내 세상을 과일봉지처럼 싸버렸다 나의 사색도 나의 연민도 무슨 흘러 내리는 것으로 싸버릴 수 없을까 무슨, 과일봉지 같은 것으로 (게시기간 : 2008. 12.14.~12.20.) 606 사랑이 아닌 것에 이별을 고하다 서린 그대 사랑하는 일 나 혼자서 시작한 일이지만 더는 서러워서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할까 봅니다 내보인 마음 받고도 그대 아무 소식 없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간절함 아님을 알겠기에 사랑하는 일 그대에게 허락 받은 적 없으니 처음처럼 그대조차 모르게 가슴에 묻으면 되겠지요 돌린 등조차 보이지 않는 사랑에 더는 초라하지 않게 야속하기만 한 그대를 차라리 잊고자 노력할겁니다 어찌 보면 사랑이란 것 참 쉬워도 보이고 쉽게도 하는데 내게는 오랜 시간 곁에 없었던 그대 한 사람만 보였는지 이 땅에 사는 동안 내 몫의 사랑이 그게 다라 할지라도 기꺼이 온몸 가득 껴안고 순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혹시라도 마른 갈대처럼 서걱거리는 내가 안쓰러워 하늘이 내 영혼을 닮은 이 하나 보내 주신다면 잠재웠던 불씨 꺼내어 따뜻하게 활활 지피겠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이 사랑 나누기에 너무 늦지 않기만을 (게시기간 : 2008. 12. 7.~12.13.) 605 사랑 강우식 바람의 순리대로 쓸리는 풀잎이듯 잠결에도 아내 곁으로 돌아눕는다. 무심으로 하는 이 하찮은 일들이 오늘은 내 미처 몰랐던 사랑이 된다. (게시기간 : 2008. 11.30.~12. 6.) 604 가을과 겨울사이 황라현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옷 벗는 소리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훑으며 감성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가을은 아득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파고들던 그리움 그 틀 안에 갇혀서 터는 일이 혹독하더니만 나무가 몸을 털어 여문 씨앗을 뱉듯이 내 속에 허천나게 갈구했던 것들도 톡 뱉어져 나왔습니다 비명 내질러도 까닭도 않을 기다림마저 가느다랗게 되어 파르르 떨어지고 서글픔만 안고 끝내 홀로 남았습니다 다 떨구어 버리고 서운함에 퉁퉁 불어 있는 마음 녹녹할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멀치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게시기간 : 2008. 11.23.~11.29.) 603 시인이여 시인이여 홍해리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게시기간 : 2008. 11.16.~11.22.) 602 낙엽을 태우며... 임정일 가을을 태운다. 생솔가지 푸른 가을들판으로 허수아비 베어진 허물 너울대어 경운기 바퀴에 깔리는 황혼 빛 짙고 살아온 날들이 부끄러워 지는 풍경소리에 씻어내는 윤회 태워도 태워도 사그러지지 않는 욕심의 부피에 불을 당긴다. 허허로이 벗어 던진 육신의 조각들 하늘 향했던 빈 손짓 대지에 내리며 가을걷이 끝낸 빈들에 홀로서서 가을은 낙엽을 태우며 다시 태어난다. (게시기간 : 2008. 11. 9.~11.15.) 601 당신이 좋아집니다 채유진 친구처럼 다가온 사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언제나 날 이해해 줄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당신이 좋아집니다. 단 둘이 커피를 마실 때 맑은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 한적한 공원에 함께 있을 때 날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이유없이 내가 웃고 있어도 말없이 마주 웃어주는 사람 그런 당신이 참 좋아집니다. 연인이 아니어도 연인처럼 느껴지는 사람 늘 친구로 가까지 두고 싶은 사람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술에 취한 당신을 집에 바래다 주고 싶은 사람 그런 당신이 난 좋아집니다. 당신은 늘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부르면 곧 달려올 수 있는 곳에 그렇게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한 곳에 오래도록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8. 11. 2.~11. 8.) 600 마침표 하나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게시기간 : 2008. 10.26.~11. 1.) 599 새벽창에 걸린 그리움 설연화 가로등도 지쳐버린 시린 새벽창에 기대어 그리운 이름하나 허공에 띄웁니다 꽃잎 찢기는 거센 빗방울에 형체를 잃어버린 접시꽃 마냥 그리움에 찢겨버린 가슴 상처입어 우는 바람에 걸어둡니다. 바람에 띄운 두 그리움이 하늘자락에서 만나면 반가움에 흘린 눈물 비가되어 가슴에 흐르겠지요. 그리움도 깊어지면 상처가 된다는 것을 사랑도 깊어지면 피빛 그리움이 된다는 것을 그대의 섬세한 사랑앞에서 배웠습니다. 가로등도 울다지쳐 잠든 새벽 불러도 그리움만 남는 그대 이름 석자 눈물로 얼룩진 창에 아픈 그리움으로 새겨둡니다. 훗날 그대와 만나는 날 내가 더 많이 그리워했노라 눈물 흘릴 수 있게 한방울의 눈물만 남겨두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8. 10.19.~10.25.) 598 중년에 맞는 가을 김경훈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 힘을 다하여 삶을 사랑했을까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번듯한 명함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세울 이름도 없는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하고 살았을까 하는 후회는 또 왜 이렇게 많은가 그리움을 다하여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도 사랑을 다하여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중년의 가을 앞에 서면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인데 그래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걱정하지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앨범속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중년에 맞이하는 가을 앞에서는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이 아름다우리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어 버리자 (게시기간 : 2008. 10.12.~10.18.) 597 옛님 정치근 자작나무 우거진 호젓한 길을 잊지 못해 찾아와 다시 걸으면 같이 걷던 옛님이 부르는 소리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네 살랑대는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어도 아롱지는 메아리만 내 귓가에 맴도네 그리워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네 (게시기간 : 2008. 10. 5.~10.11.) 596 가을날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게시기간 : 2008. 9.28.~10. 4.) 595 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 배은미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 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내리며 울어야 했을 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짚시처럼 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달 동안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 그립다는 것이 그래서 아프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 모질게 내 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그나마 사랑했기에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마저 없었을 땐 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게시기간 : 2008. 9.21.~ 9.27.) 594 감태준 당신을 두고 생각합니다 꼭 잡은 손을 놓고 가는 것도 사랑일 것이라고 섬과 섬이 서로 한쪽 끝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놓치려고 해도 놓쳐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듯이 (게시기간 : 2008. 9.14.~ 9.20.) 593 사랑하는 마음 심미숙 밤낮없이 듣고 싶은 너의 목소리 속속들이 채워둘 수 있는 청아한 유리병 하나 있었음 참 좋겠다 문득문득 보고 싶은 너의 얼굴 고스란히 담아둘 수 있는 투명한 유리병 하나 있었음 참 좋겠다 그러면 시시때때로 그리운 너의 애틋한 속삭임도 너의 보드라운 눈빛도 늘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홀로 있어 쓸쓸한 날엔 너의 마음 와르르 쏟아낼 수 있는 커다란 유리병 하나 있었음 참 좋겠다 이름 한 번 부르기도 전에 가슴 속 별이 되어 흐르는 나의 사람아 그 깊고 벅찬 떨림으로 너만를 사랑한단다 (게시기간 : 2008. 9. 7.~ 9.13.) 592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할 때는 최석우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할 때는 그가 가진 것이나 보여 지는 것만을 보게 하지 마시고 그의 숨겨진 영혼의 무늬와 순수함을 살피게 하소서 사랑할 때는 온 마음을 다해 그의 모자람까지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주시고 지나치게 확인하고 나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그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도 살아가야 할 그의 인생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그가 나를 실망시키더라도 아픈 말로 상처 주며 비난하지 않게 하시고 돌아서야 한다고 그를 사랑했던 것을 부인하거나 후회한다고 말하지 않게 하시고 내 이기적인 자존심과 나약함으로 그의 가슴에 거짓 마음을 남기지 않게 하소서 사랑은 나로 인해 그를 희생시키지 않으며 사랑은 나로 인해 그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이 그를 아름답게 할 수 없는 것이거나 그의 희생을 필요로 할 때에는 내 안의 애착과 그리움을 드러내 그를 아프게 하지 마시고 단지 아름다운 미소와 축복의 말로만 그를 보낼 수 있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더 이상 그가 내 눈 앞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더라도 조용한 침묵 속에서 당신께서 그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도록 기도하며 그와 내가 주고받은 영혼의 대화들 속에 함께 하며 기억하게 하소서 내가 당신 부르심으로 이 세상을 떠나갈 때에 한 사람을 사랑했었음을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보내주셨었음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떠나가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08. 8.31.~ 9. 6.) 591 아픈 발에게 김규화 아직 덜 덜 나았다고 말하는구나 통증으로 너는 그래 그래 내 발아, 운동선수같이 재빠르게 달리고 Y자 우아한 패션모델 걸음 두 손의 무거운 짐 버티는 쇠다리 뾰쪽구두 신은 날렵한 민다리 집에서 정류장까지 바람몰이 걸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알려다오, 통증으로 알려다오 날마다 더운 물 찜질을 하여 화끈한 파스를 바르고 붙여 새로이 세 살짜리 걸음마 배우며 늘어진 복사뼈의 인대를 쓰다듬어 끔찍이   그래 그래 내 발아, (게시기간 : 2008. 8.24.~ 8.30.) 590 사랑은 작가미상 사랑은 이유를 묻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도 혹시 모자라지 않나 걱정하는 것입니다. (게시기간 : 2008. 8.17.~ 8.23.) 589 가슴이 아름다운 사람 윤구봉 가슴이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아름다움을 보면 감동할 줄 알고 글썽이는 눈물을 보면 슬퍼할 줄 알고 불의를 보면 분연히 떨칠 줄 알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라면 차마시고 시 읊고 한오백생 같이 살면서 피와 살 섞어도 아름답고 상쾌하고 향그럽다. 해지는 저녘노을 같이 바라보면서 아침이슬 같이 밟으면서 호박빛 차 한잔 같이 마시면서 머리가 수정같이 맑고 갓믓이 불같이 뜨거운 느낌있고 눈물많고 차거운 사람아 용기있고 슬기롭고 정다운 사람아 차 한잔 마시고 싶다 차 한잔 나누고 싶다 옆에 있어도 없는 것 같이 옆에 없어도 있는 것 같이. (게시기간 : 2008. 8.10.~ 8.16.) 588 여름 단상 홍금희 깔깔대며 쏟아져 내리는 햇살 사이로 찌를듯한 매미의 울음소리가 공중을 가르며 울려 퍼진다 그 사이로 알듯 모를듯 바람의 줄기가 훑고 지나가니 소심하게 움츠리고 있던 나뭇잎 가만가만 살랑인다 쨍 하니 열린 하늘 흐드러지게 퍼진 구름의 무리 길게 꼬리를 달고 날아가는 비행기 아찔한 해무리는 마치 물너울을 일으키는 바다를 연상케 한다 모든게 정지 된 듯한 느낌 모든 상념이 사라진 듯한 느낌 옆에서 돌고있는 선풍기의 소음 소리가 일순 정체되어 있던 한낮을 깨워 놓는다 다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온다 빨간 초침이 일정한 간격으로 또각또각 돌아간다 흐르기 시작한다 깨어있는 모든것들이 (게시기간 : 2008. 8. 3.~ 8. 9.) 587 마냥 그리울 때 그리워할 뿐입니다 고은별 거리를 걷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봅니다.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발걸음은 이미 그 모습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언뜻 돌아보는 그 모습에서 허전함만 느끼고 돌아섭니다. 이 좁은 하늘 아래 이제 우리는 스쳐지남도 없는 것인가요. 이별이라는 것이 만나지 못함을 의미함을 알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파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마냥 그리울 때 그리워하고 슬퍼질 때 눈물 흘릴 뿐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둘이서 함께 산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리워하면서도 못만나고 때로 일찍 만나지 못하였다는 단지 시간적 이유만으로 사랑하면서 아니 만나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게시기간 : 2008. 7.27.~ 8. 2.) 586 문 (門) 김명인 철썩이는 파도를 밀고 들어가면 방 안을 차지한 수많은 눈들이 일제히 낯선 방문자를 쏘아보리라 산소통을 맨 스킨 스쿠버가 되어 나도 한땐 저 집의 불청객으로 무시로 문지방을 넘나든 적이 있다 풍랑 이는 날 바다는 천 개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만 채 이불을 내다 말리지만 오늘은 바람도 없는데 온 집이 덜컹거리도록 천만 개 거울 와장창 문밖으로 내팽개치고 있다 수평선조차 햇살 문고리 잡고 벌벌 떠는 날 두고 나온 낙지 창을 꺼내 오려는지 문을 열고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이든 통째로 휘감아버린다는 거대한 문어가 방 안에 덕 버티고 있는가, 몇 시간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게시기간 : 2008. 7.20.~ 7.26.) 585 여백 가득히 사랑을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 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적해진다. 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 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 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거울 앞에서도 얼굴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 비추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게시기간 : 2008. 7.13.~ 7.19.) 584 빈집 이현숙 산기슭에 버려진 집 한 채 외롭습니다 어쩌다 저렇게 여백인 듯 빈자리가 있어도 좋겠지요 새들도 날아와 지저귀다 가고 가끔 노루라도 와서 맘 놓고 뛰놀다 가겠지 싶은 저런 빈자리 나도 가끔은 잡초 우거진 풀숲에 저렇게 버려져 있고 싶군요 (게시기간 : 2008. 7. 6.~ 7.12.) 583 사람이 그리운 날 강초선 마음 지독히 흐린 날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한 다발의 꽃처럼 목적 없이 떠난 시골 간이역에 내리면 손 흔들어 기다려 줄 한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우체통같이 내 그리운 마음 언제나 담을 수 있는 흙내음 풀냄새가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하늘 지독히 젖는 날 출렁이는 와인처럼 투명한 소주처럼 취하고 싶은 오솔길을 들면 기다린 듯 마중하는 패랭이꽃 같은 제비꽃 같은 작은 미소를 가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빈 의자처럼 내 영혼의 허기 언제나 쉴 수 있는 등대 같은 섬 같은 가슴이 넉넉한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게시기간 : 2008. 6.29.~ 7. 5.) 582 그대 떠나시라 한건 윤은엽 떠나시라 한건 진심이 아니었는데... 그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가에 쓴 웃음 한번 머금더니 터벅,터벅 그렇게 떠나시나요. 그대, 변해가는 모습... 더는, 바라만 볼수없어 몇날, 몇일밤을 하얗게 지세웠던 나날들... 그대 가버려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겠다고 날선 칼 제, 가슴 도려내듯 차가운 다짐 했었건만... 왜려... 뚜욱,뚝 소리없는 눈물, 옥죄는 심장위로 떨어져 타들어가게 하시나요. 끗내,숯덩이 처럼 까맣게 타버린 내 가슴은 그리움의 재로 남아 그댈 향한 무덤이 되었더니.. 정녕, 부족 하셨나요? 짓 깨문 입술, 핏방울 마를새도 없이.. 빈가슴만 치다 멍든 이가슴 도려낼 틈도 주지않고... 그렇틋 쉽사리 돌아서 가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신가요? 그대는 정영, 누구신가요? (게시기간 : 2008. 6.22.~ 6.28.) 581 당신이 나를 생각한다 신현림 당신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흰 풀뿌리 같은 목소리에 이끌려 비바람 속에서 내 발은 부푼다 비바람 속에서 당신을 찾아 떠난다 얼굴 한번 어루만지고 싶어 착한 마음 비치는 눈을 보고 싶어 멀리서 흰고래처럼 춤추는 당신 닿을 듯 닿지 않는 당신을 훔쳐만 보고 잠잠히 사라진다 (게시기간 : 2008. 6.15.~ 6.21.) 580 김완하 너로 하여 세상을 밀고 가던 때 있었다 너를 의탁하여 가파른 벼랑 위에 나를 세우고, 아찔아찔 그 어질머리에 기대 있을 때 있었다 너를 따라가던 때 너를 업고 가던 때도 있었다 너 이놈, 술 (게시기간 : 2008. 6. 8.~ 6.14.) 579 비오는 날엔 누군가의 우산이 되고 싶다 이채 그 언젠가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쓸쓸히 혼자 길을 걸은 적이 있었지 옷은 옷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젖은 채 발길 닿는 거리마다 빗물이 흐르고 누군가가 다가와 나의 우산이 되어 줬다면 빗물이 그토록 차갑지는 않았을거야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에 외로움도 젖어버린 거리 바보처럼 나도 비가 되고 말았어 비오는 날엔 누군가의 우산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처럼 외롭지 않아도 될테니까 비오는 날엔 누군가의 우산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처럼 비가 되지 않아도 될테니까 (게시기간 : 2008. 6. 1.~ 6. 7.) 578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게시기간 : 2008. 5.25.~ 5.31.) 577 세월 그리고 청춘 유성순 계절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오늘은 철 따라 피는 꽃처럼 날마다 내 곁에 있는데! 세월에 묻어버린 청춘은 계절이 바뀌고 오늘은 또다시 찾아 와도 속절 없이 서산으로 가는구나! 바람처럼 왔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세월아 세월아 말 좀 해다오 오늘은 자고 나면 여전히 그대로인데 어이하여 내 청춘 데려가느냐! (게시기간 : 2008. 5.18.~ 5.24.) 576 사랑의 정원 2 김선우 연꽃 속의 연꽃 속의 연꽃 속의 연꽃이여 그대와 나 꽃 속에 들어가네 그대와 나 꽃 속에 들어가 천개의 꽃잎을 보네 천개의 꽃잎 하나하나마다 천개의 꽃잎 가진 연꽃이 들어있어 처음 연꽃보다 작거나 크지 않네 성한 데 하나 없는 비로자나 비로자나 그대가 온 곳 몰라도 그대가 간 곳 몰라도 그대와 나 꽃 속에 들어가네 그대와 나 꽃 속에 들어가 천 개의 꽃잎 하나하나 속에 천 개의 꽃잎 가진 그대가 핀 걸 보네 (게시기간 : 2008. 5.11.~ 5.17.) 575 배꼽 전승환 배꼽은 배꼽은 엄마의 손가락 자국이래요. 내가 태어날 때 "찜!" 해 놓으신 거래요. 배꼽은 배꼽은 엄마의 손가락 자국이래요. 내가 태어날 때 "내 아기!" 하고 점 찍어 놓으신 거래요. 배꼽을 만지면 웃음이 나와요. 배꼽을 만지면 너무 간지러워. 배꼽은 배꼽은 엄마의 뽀뽀 자국이래요. 내가 잠들 때 "살짝쿵!" 남겨 놓으신 거래요. (게시기간 : 2008. 5. 4.~ 5.10.) 574 참 아름다운 당신 윤영초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만큼 마주 바라보고 느끼렵니다 멀리 있는 그리움으로 감당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대 사랑을 깊이 느끼렵니다 당신 내가 그리워 한만큼 거기 그렇게 서 있어 준다면 내가 감당 할 수 있을 만큼만 바라 보겠습니다 내가 감당 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을 그리워 하며 언제나 그대만 가슴에 품으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그리움으로 가득찬 나를 향해 고운미소로 답해주는 좋은 느낌으로 곁에 있어줄 참 아름다운 당신을 마음에 고이고이 접어 영원히 가슴에 담아 두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8. 4.27.~ 5. 3.) 573 사직서를 쓰는 아침 전윤호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먹기 싫은 심정에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같은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게시기간 : 2008. 4.20.~ 4.26.) 572 별일 없지 김숙영 별일 없지 특별한 수식어도 아닌 이 한마디 한 사흘만 뜸해도 궁금하고 서운한, 지극히 평범한 이 한마디 봄비에 샘물 붇듯, 情이 넘쳐나는 곁에 두고도 자꾸 보고픈 내 새끼들 이 세월토록 情 쌓은 내 좋은 사람들 그렇고말고 우린 별일 없어야지, 참말로 별일 없이 살다가 수월하게 고이 가야지 간단명료하고 진솔한 이 한마디 밥 안 먹고도 고봉밥 먹은 듯 세상 온통, 북소리 둥둥 신명나고 곧장 눈시울 뜨거워 사랑이 아파 오는 흔하고도 귀한 별일 없지 (게시기간 : 2008. 4.13.~ 4.19.) 571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게시기간 : 2008. 4. 6.~ 4.12.) 570 어린나무에게 나종영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랑을 고백해야겠다. 내 목소리에 너의 어린 이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아주 작게 너와 서늘한 이마를 맞대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많큼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사랑이야 물 꽈리 처럼 터질듯한 내 속의 말을 참으면서 너에게 이슬처럼 다가가 나 하나 사랑을 고백해야 겠다. 새순 내음나는 이파리 연두빛 그늘 밑에 앉아 눈물을 닦은 뒤 손 내밀어 서로를 일으켜 세울 때 눈빛으로 "사랑해" 말하리. (게시기간 : 2008. 3.30.~ 4. 5.) 569 이별 노래 박시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그대 뒷모습 닮은 지는 꽃잎의 실루엣 사랑은 순간일지라도 그 상처는 깊다 가슴에 피어나는 그리움의 아지랑이 또 얼마의 세월 흘러야 까마득 지워질 것인가 눈물에 번져 보이는 수묵빛 네 그림자 가거라, 그래 가거라 너 떠나보내는 슬픔 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겠느냐 저렇듯 울어쌌는 뻐꾸긴들 다 알고 울겠느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하르르 하르르 무너져 내리는 꽃잎처럼 그 무게 견딜 수 없는 고통 참 아름다워라 (게시기간 : 2008. 3.23.~ 3.29.) 568 봄 날의 애상 이유리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봄 날의 이 설레임은 긴 여운으로 남겨지는 첫사랑의 짧은 입맞춤 같은 것... 파스텔톤 새 봄이라고 멀미나듯 울렁 거리는 가슴 속의 독백들... 스멀스멀 기어 나와 입꼬리 귀에 걸린 봄바람을 타고 뿔뿔히 흩어져만 간다 똑같은 크기, 똑같은 거리에서 온화한 눈빛 건네고도 변함없이 넉넉한 품으로 남아있는 하늘 푸른 물 뚝뚝 흐르던 유년의 꿈이런가... 착각에 흠뻑 취해 유영하다, 노란 봄 날의 하루를 돌아 나온다 (게시기간 : 2008. 3.16.~ 3.22.) 567 스치는 모든 것이 다 바람이려니 강재현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의 바람을 그 누가 탓하리오 스치는 모든것이 다 바람일 뿐일진대 소리도 없이 왔다가는 인연의 끝을부여잡고 가슴에서 지어진 한을 풀어헤치면 생과 사 그 질긴 끄나풀도 놓아지리니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흩어질 우리네 헛된 인생살이 육골진토 되어 남는 건 사랑 한 줌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돌아갈 여보게, 미련한 사람아 가슴 속 사랑을 파먹고 살다 가야하네 (게시기간 : 2008. 3. 9.~ 3.15.) 566 인간의 봄 법정스님 겨울 동안 죽은 듯 잠잠하던 숲이 새소리에 실려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봄이 움틀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과 일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인간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묵은 버릇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때 새 움이 튼다. (게시기간 : 2008. 3. 2.~ 3. 8.) 565 가방을 든 남자 장정일 희망은 무거운 짐이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기다리는 어깨 아픈 고통입니다. 우리는 무겁지만 희망이기에 결코 내려놓지 않습니다 (게시기간 : 2008. 2.24.~ 3. 1.) 564 지독한 사랑 김윤진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그대 얼굴이 있습니다 환희의 물결로 설레는 파고 온 세상이 그대 모습 뿐 어디를 가도 에워싸는 지독한 사랑은 호흡을 멈추게 합니다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손끝부터 저려 오는 그리움으로 온 몸으로부터의 은물결 일렁이는 자존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귀로 듣는 것도 천지가 온통 그대, 그대입니다 절제된 가슴으로 꿈꾸는 사랑이며 간직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것 바로, 사랑입니다 (게시기간 : 2008. 2.17.~ 2.23.) 563 겨울비 조동진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바람끝 닿지않는 밤과 낮 저편에 내가 불빛속을 서둘러 밤길 달렸을 때 내 가슴 두드리던 아득한 그 종소리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방안 가득 하얗게 촛불 밝혀두고 내가 하늘보며 천천히 밤길 걸었을 때 내 마음 이마위에 차가운 빗방울이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어찌 그대로부터 그 이름의 나래를 접으리까 그대, 나의 지독히도 깊은 사랑인 까닭입니다 (게시기간 : 2008. 2.10.~ 2.16.) 562 니가 내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수현 밤새 너를 향해 쏟아 붇는 그리움 들로 인하여 나의 밤들은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밤새 별을 세다 새벽을 맞이하는 날들이 많아졌어 아침이 되면 수화기 너머로 너의 안부를 묻고자 용기내어 전활 걸어 보지만 신호음이 들리기 전에 난 다시 수화기를 내려 놓고 너를 향해 쿵덕거리고 있는 가슴을 조심스레 달래 보곤해 온종일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땐 너에게로 향해있는 나에게 주문을 걸어보곤해 그런데 괜한 집착이란 오해로 인해 니가 날 떠날까 두려워 내 마음은 쉽게 마법에 걸리지 않고 수십번의 갈등 속에 너를 그리다 난 또다시 우리 사랑 앞에 허전한 가슴을 안고 돌아서곤해 이렇는 내가 너무 바보같아 울고 싶을때도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수가 없나봐 그래도 난 니가 내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해 비록 우리가 만날수 없고 볼수없어 오랜 기다림으로 많이 보고 싶겠지만 멀리서도 함께 느끼고 바라볼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사랑이 있기에 지금 이순간도 행복할수 있는 거겠지 이제는 너에게 모든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첫마음 처럼 너만을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 (게시기간 : 2008. 2. 3.~ 2. 9.) 561 사람 냄새가 좋다 공복자 사는 게 욕심이리라. 버린다고 하면서 다시 주워 모아 다시 그 자리. 얼마큼 아파야만 정말 버릴 수 있을까? 잔재 되어 있는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겨우 빠져 나왔건만 늪 속의 유혹은 미지로 향하는 호기심.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인가? 혼자서 잘 견디는 것처럼 강한 듯 하지만 빈 강정처럼 겉으로 달콤한 나인 것을 아픔의 날들이 스릴의 환상으로 변해가는가? 고통보다 미지의 세계로 끝없는 발돋움하는 그리운 사람 냄새. (게시기간 : 2008. 1.27.~ 2. 2.) 560 홍매화 겨울나기 최영철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 홍매화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게 아니라 전라도 구레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는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 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아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뜻한 햇살 내린다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데나 제 속내 보이지 않는 다는데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건 맺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내 알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아 매화 한 떨기가 알아버린 육체의 경지를 나 이렇게 오래 더러워 졌는데도 도무지 알수 없는것 같아 수많은 잎 매달고 언제까지 무성해지려는 나 열매 맺지 않으려고 잎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어올리는 홍매화 겨울 나기 따라갈 수 없을것 같아 (게시기간 : 2008. 1.20.~ 1.26.) 559 눈꽃송이 서덕출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도 들판에도 동구 밖에도 골고루 나부끼네, 아름다워라.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지붕에도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골고루 나부끼네, 아름다워라. (게시기간 : 2008. 1.13.~ 1.19.) 558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김경국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불가능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옷차림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자기 부모형제를 끔찍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노래를 썩 잘하지 못해도 즐겁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린아이와 노인들에게 좋은 말벗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책을 가까이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좋고, 철 따라 자연을 벗삼아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손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하루 일을 시작하기 앞서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 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때에 맞는 적절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녹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외모보다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고, 새벽공기를 좋아해 일찍 눈을 뜨는 사람이 좋고,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좋고, 춥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자족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게시기간 : 2008. 1. 6.~ . 1.12.) 557 새날을 맞는 기도 최명숙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어디서든 고요를 간직하게 하며 당신의 따뜻한 눈빛과 손이 가슴이 시린 사람들에게 항상 머물게 하소서. 당신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들을 나 또한 감사히 여기게 하시고 사람들보다 더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맞설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시고 나로 하여금 부지런히 정진하여 신중한 생각과 깨끗한 행동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리하여 삼백 예순 날 하얀 눈길을 걸어 비움의 바다에 닿게 하여 저 노을이 어둠의 바다 속으로 다시 지듯이 올 한해가 저물어갈 때에 이 목숨을 다하여 부끄러움 없이 살았음에 당신 앞에서 감사하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07.12.30.~2008. 1. 5.)

3-12.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8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