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6 년
 

 2006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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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희망 한다발 엮어서 김미경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뜬구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오고 가는 여울목에서 이고 진 세상사 바다에 쏟아붓고 꽃 구름 한 묶음 희망 한 다발 엮어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찬 새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게시기간 : 2006.12.31.~ 2007. 1. 6.) 508 빗살무늬 토기 이인자 강물과 강물 사이 전생과 후생 사이 모래둔치의 빗살무늬 상처들 빗살무늬 토기 같은 나의 전생 수만 번의 바람이 불었다 잠잠해지고 잘게 잘게 부서진 모래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생겨났던 까마득한 전생의 나날 속에 한때 내 몸속에 빗살무늬 상처를 내던 사람 한 줄 두줄 읽어도 알 수 없는 그 상처, 은밀한 상형문자처럼 다음 세상 어디쯤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었을까? 전생의 모래알 같은 기억들 샅샅이 뒤져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 잠시 잠깐, 모래 둔치 위에 나를 꽂아놓고 사라진 사람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게시기간 : 2006.12.24.~12.30.) 507 겨울 강(江) 김찬옥 눈이 내린다 제 몸을 녹여 물의 지느러미가 되는 눈발들이 안쓰러워 나는 수초 사이에서 숨죽여 울었다 나를 만나지 않으면 세상의 거리마다 눈꽃을 피우며 마음껏 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눈발들은 그런 세상 다 버리고 강물에게 온몸을 던진다 한번이라도 눈발들에게 길이 되어주고 싶어 시베리아 바람을 부를까 배들을 끌어다 강가에 묶어라 하고 내 살을 도려내어 얼음 층을 깔아야지 며칠만이라도 흐르기를 멈추고 눈꽃들의 생명을 지켜주어야지 (게시기간 : 2006.12.17.~12.23.) 506 친구라는 건 작가미상 친구라는 건 너와 나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이 더 정겨운 것이 친구라는 거지 내가 지닌 고통의 무게보다 네가 보인 눈물 방울에 더 가슴 아픈 게 친구의 마음 때론 모든 것에 너무나 실망해서 내 가슴도 차갑게 얼어붙지만 잡아주는 따스한 내 손길이 세상엔 아직 잃어버린 사랑보다는 베풀어야 할 사랑이 많다는 걸 가르쳐주지 내게 남은 것을 나누어 주기보다는 내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줄 수 있는 친구의 사랑은 바로 그런 걸거야 친구라는 건 너무 힘들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변함없이 따사로운 웃음으로 다시 내일을 꿈꾸게 하는 그런 희망같은 거란다 (게시기간 : 2006.12.10.~12.16.) 505 휴식 원성스님 모진 하루에 쫓겨 미루어 놓았던 일을 거두고 시간에 얽매여 조급한 삶의 줄다리기를 잠시 늦추고 언어의 전쟁에 시달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걱정거리에 지친 번뇌 망상을 던져 버리고 끈질긴 집착에 타 들어가는 내 안의 욕심들을 날려보내고 무거운 옷에 힘들었던 아상이 에고를 벗어 던지고 기나긴 그리움에 가슴 아팠던 가녀린 감정들을 지워 버리고 저지른 죄에 상처 입은 그늘진 상념을 묻어 버리고 한낮 햇살 아래 휴식. (게시기간 : 2006.12. 3.~12. 9.) 504 태양의 하루처럼 살고 싶다 서항석 암흑을 깨고 여명의 길을 나선 태양이 동천에 불쑥 솟아 빠르게도 더디게도 아니고 쉼도 멎음도 없이 피어나는 꽃과 자라나는 생명에 미소를 보내고 시름겨운 얼굴과 그늘진 골짜기에 광명을 주면서 유구한 창조의 길을 간다. 이윽고 조용히 서산 너머에 진 뒤에도 여광은 오히려 찬란한 노을을 만든다. 태양의 하루처럼 살고 싶다. (게시기간 : 2006.11. 26.~12. 2.) 503 너와 나는 섬으로 한석수 나는 다가섬으로 이렇게 섬이 되고 너는 멈춰섬으로 그렇게 섬이 되고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까맣게 그을린 가슴으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저렇게 섬이었던 것을 그래도 우리 이리 마주 볼 수 있으니 따스한 체온을 나눠 느낄 수 있으니 아득한 그리움을 물 속 깊이 감추고 물결따라 출렁거리다 부끄러움으로 부서질뿐 오늘도 파란 하늘이 시리기만 한 것을 (게시기간 : 2006.11. 19.~11.25.) 502 낙엽은 지고 있는데 박명순 바람이 머물다간 그자리에 수북히 쌓여있는 지난 발자취들 바스락 못다한 이야기 아직도 마르지 않은 잎뒤에서 소곤소곤 들려온다 영원할것만 같았던 시간들 어느새 낙엽되어 허공속을 떠돌고 지난 미련들은 후박잎 잎새처럼 후두둑 지고 만다 갈바람속에 낙엽은 지고 있는데 허기진 영혼의 샘은 무엇을 찾으려 바람속을 헤매이는지 풀어진 눈동자위로 가을은 가고 있는데 이대로 져야만 하는가 계절의 한 획을 그으며 낙엽이 지듯이 무언가 하나의 뚜렷한 획을 그어야 할터인데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고 자꾸만 달음질쳐 바람속으로 달아나고 있구나 (게시기간 : 2006.11. 12.~11.18.) 501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송찬호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꽃의 향기를 구부려 꿀을 만들고 잎을 구부려 지붕을 만들고 물을 구부려 물방울 보석을 만들고 머나먼 비단길을 구부려 낙타등을 만들어 타고 가고 입벌린 나팔꽃을 구부려 비비꼬인 숨통과 식도를 만들고 검게 익어가는 포도의 혀끝을 구부려 죽음의 단맛을 내게 하고 여자가 몸을 구부려 아이를 만들 동안 굳은 약속을 구부려 반지를 만들고 오랜 회유의 시간으로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놓았다 말을 구부려 상징을 만들고 달을 구부려 상징의 감옥을 만들고 이 세계를 둥글게 완성시켜 놓았다 달이 둥글게 보인다 달이 빛나는 순간 세계는 없어져 버린다 세계는 환한 달빛 속에 감추어져 있다 달이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듯 정교한 말의 장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랫동안 말의 길을 걸어와 처음 만난 것이 인간이다 말은 이 세계를 찾아온 낯선 이방인이다 말을 할 때마다 말은 이 세계를 낯설게 한다 (게시기간 : 2006.11. 5.~11.11.) 500 총알보다 빠르다 허홍구 여자 홀리는데 날쌘 친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그를 총알이라 불렀다 총알이란 친구가 맘속으로 점찍어 둔 여자를 내가 낚아 챈 일이 있고부터 친구들은 나를 번개라 불렀다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대폿집에서 친구 몇이 모여 앉아 옛날 바람피우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도 총알보다는 번개가 더 빠르다고 내가 강조하였다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총알이 되었던 번개가 되었던 이젠 우리들 보다 훨씬 더 빠른 세월이란 놈이 있다고 일러준다. 우리는 벌써 여섯 고개에 올라서 있었다. (게시기간 : 2006.10.28.~11. 4.) 499 사람이 그리워지는 아침 채상근 그리운 이들이 더욱 보고 싶어 저 바람처럼 떠나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 늘 흔들리며 견디는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것은 아직도 내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살아있음일까요 어디서부터 오는지는 모르지만 그리움이 밀려오는 아침이면 자꾸만 등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정의를 위해 고민해본 지 오래입니다 사랑을 나눠본 지는 더욱 오래입니다 친구를 만나 그리움을 덜어본 지도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운 이들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습니다 이제 주소도 전화번호도 오래된 주소록에서 지워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리워지는 아침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가슴이 살아갈수록 자꾸만 깊어지기만 합니다 (게시기간 : 2006.10.22.~10.28.) 498 산 25 윤석홍 저무는 산은 아름답다 아침엔 황금빛 한낮엔 눈부신 은빛 하염없이 손 흔드는 갈대 털까지 빠진 앙증스런 모습 턱 밑으로 지는 해를 아쉬워하며 늙은 감나무는 토실한 열매를 달고 삶의 후반부를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대추나무처럼 (게시기간 : 2006.10.15.~10.21.) 497 어머니의 전화 임희구 이른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무심코 들여다본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표시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의 전화번호 순간, 온몸이 경직됩니다 이른 아침에 걸려왔었던 어머니의 전화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어머니께 전화를 걸기까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기까지 온몸을 휘감아오는 싸늘한 전류, 대책 없이 불어난 불안이 머리끝을 파랗게 세울 때쯤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께서 외려 내게 물으십니다 "아까 니가 전화했었냐?" 불안이 물러간 살 속에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가 확 퍼집니다 (게시기간 : 2006.10. 8.~10.14.) 496 작은 것을 위하여 이기철 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 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 숲 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 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 작은 빗방울 일부러 피하지 않고 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 인가에서 울려 오는 차임벨 소리에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 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 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 속에 박히고 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 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 다른 날빛을 맞으며 가을로 간다 여름이 아무도 돌봐 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 가을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산기슭 싸리나무 끝에 굴뚝새들의 단음의 노래를 리본처럼 달아둔다 인간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 인간 다음에 이 지상에 남을 것들을 위하여 굴뚝새들은 오리나무 뿌리 뻗는 황토 기슭에 그들의 꿈과 노래를 보석처럼 묻어 둔다 (게시기간 : 2006.10. 1.~10. 7.) 495 눈물에 대하여 김영환 눈물은 축복이다 아무 것으로나 함부로 닦지 마라 그 속에 사랑이 있다 눈물은 사랑이다 그 속에 詩가 자라고 있다 눈물의 길이 너무 깊어 밤을 넘을 지라도 그 끝은 언제나 기쁨의 새벽이다 눈물은 행복이다 손 흔들지 마라 그 안에는 기필코 사랑이 자라고 있다 (게시기간 : 2006. 9.24.~9.30.) 494 그대가 그리운 가을 밤 김철기 오늘밤은 초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는 살며시 달려드는 가을바람을 느낀다 바람 내 몸 스치니 생각나는 것은 그대이기에 더 보고 싶어 집니다 머무러 어울리는 동안 나와 함께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그대여 나 혼자여서 외로움을 더 느낄수 있겠지 올 가을 뜨거운 사랑은 그대것으로 느끼고 싶다 그리운 날 나 외로운 날이되어 스산한 바람은 옷 섭을 파고든다 그대 따듯한 가슴으로 그대 포근한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가을바람에도 몹시 추위를 탈수있는 나 그대 그리운 밤 그대 향기에 취해 느낌있는 밤 오늘 밤에는 그대가 보고 싶어 더 가을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게시기간 : 2006. 9.16.~9.23.) 493 사랑은 손정봉 사랑은 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그대 있음이 기쁨이요 그대 있음이 행복이요 해뜨는 곳에서 별 반짝이는 곳에서 그대와 나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설령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 하여도 사랑은 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인내와 온유함의 부족으로 먼 기억속의 저편으로 사라진다해도 사랑해야할 사람은 오직 한사람 마음은 늘 한결같은 오늘입니다 (게시기간 : 2006. 9.10.~9.16.) 492 가을 아이 강윤제 코스모스는 아이들 손 되어 바람을 흔들다가 코스모스는 아이들 얼굴로 바람을 웃다가 코스모스는 아이들 되어 바람을 보여 준다. 가을 아이로 서 있는 코스모스. (게시기간 : 2006. 9. 3.~9. 9.) 491 바람은 어디서 부터 시작된 그리움인가 김정우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말라버린 우물속 같은 가슴을 흩고 지나가는 바람은 나뭇잎의 떨리는 기다림만 가지 끝에 매달아 놓고 휑한 가슴에 흔들림으로 남아 있다. 머언 기억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처럼 영롱한 사랑의 기억 되살아나고 바람은 흔들리고 있을 뿐 가슴은 비어 있다. 형체도 없는 바람이 나뭇잎의 흔들림으로만 남아있는 안타까운 내 맘속의 그대 바람이 부는 날이면 오래토록 그리워하다 핀 한송이 해바라기 꽃향기 되어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라 바람은 누구를 그리워하는 흔들림인가 (게시기간 : 2006. 8.27.~9. 2.) 490 숲으로 간다 백무산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도 저리 하찮은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아 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이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의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만큼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숲으로 나는 간다 (게시기간 : 2006. 8.20.~8.26.) 489 별이 진 자리엔 눈물만 있었다 김송배 별똥별이 떨 어 진 다 이내 허황한 공간 적요 그 너머 그냥 눈을 감는다 누군가 성큼 사랑의 아픔도 지우려 하지만 별빛으로 새겨진 문신 어쩐지 투명하다 어두울수록 궁핍해지는 눈물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게시기간 : 2006. 8.13.~8.19.) 488 소망 박진식 새벽, 겨우 겨우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아무리 천대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점심에 땀 훔치며 퍼져 버린 라면 한 끼라도 먹을 수 있기를 저녁에는 쓴 소주 한잔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타인에게는 하잘 것 없는 이 작은 소망이 내게 욕심이라면, 정말 욕심이라면 하느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게시기간 : 2006. 8.6.~8.12.) 487 사랑을 위한 기도 심성보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오직 순백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원하노니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바람이 일면 그 사람의 따뜻한 옷이 되고 싶고 비가 오면 그 사람의 작은 우산이 되고 싶나이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한마음으로 사랑하노니 사랑하게 해주소서 한 사람을 영원히 내 곁에 머물게 해주소서 그 사람의 미소가 하얀 그 미소가 그 입가에 가득하게 해주소서 마지막 내 소원입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한 사람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받아 주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06. 7.30.~8.5.) 486 당신에게 그리움이고 싶습니다 이재곤 늘 푸르게 출렁일수 있는 호수이고 싶습니다 내 모습은 비출 수 없지만 누군가를 비출 수 있는 깊은 마음을 푸르게 푸르게 숨기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의 모습을 비춰주는 하늘이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외롭고 쓸쓸할 때 작은 바람처럼 그 사람을 동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느낌없이 누군가의 그림자이고 싶을때 바라 보기만 해도 눈물나는 그리움을 나 혼자 삭이고 그냥 바라보는 누군가를 비추는 호수이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가슴 아파 내게로 왔을 때 조용히 흐르는 호수이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여 아낌없이 주는 바람이고 싶고 여운이 남는 헤어짐을 주는 사랑보다는 누군가의 아픔을 말 없이 받아 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름없는 강가에 핀 갈대 같은 그런 슬픔을 아는 마음으로... 누군가가 미워지는 때가 있어도 나 혼자 울고 말겠습니다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대에게 스며드는 그림자 처럼 그대와 동행을 하는 동안에는 누군가의 가슴에 나를 심고 싶은 것입니다 (게시기간 : 2006. 7.23.~7.29.) 485 지상의 집 이승욱 아들 둘, 개 한 마리 푸른 대추나무가 삽니다 물론 아내가 살고 저도 살지만요…… 채송화 한 떨기 고운 불꽃심지 같이 긴 날의 빈 뜰을 태우는 여름, 더러 맑은 하늘의 창이 열리면서 누군가 지상의 우리 집을 가만히 내려다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는 우리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런 때는 하늘의 그 집이 땅에 내려와 있고 땅의 우리 집이 하늘에 올라가 있습니다. (게시기간 : 2006. 7.16.~7.22.) 484 사랑하기에... 김광진 무심히 철석이는 파도 큰 바람불어 물거품 토해내며 못다한 사랑 고백해도 하늘은 그냥 침묵한 체 갈매기만 허공으로 날리겠지요? 어딘가에 있을 고운님 어두움 밝혀가는 등대 되어 두 눈 두리번 거리고 파도에 녹아있을 정겨운 옛 이야기 가슴으로 때리는 아픔입니다. 언제나 잊지 못한 깊은 밤 향하는 뜨거운 영혼 그리움 안아내며 몸부림으로 찢어지는 아픔 그래도 홀로 가는 나그네입니다. (게시기간 : 2006. 7.9.~7.15.) 483 비빔밥을 먹으며 서경희 둥글게 아주 둥글게 비비다 보면 나타나는 무지개 빛깔 나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싶다. 서로 다른 성깔들이 살 부벼 빚어낸 감칠맛 도는 세계여 잘 비벼진 비빔밥을 먹으며 나 또한 비벼지고 싶다. 내 가진 독단과 온갖 이기심을 비비고 비벼 허기진 세상 구석구석 달래고 싶다. 각각의 표정들도 아주 둥글게 비비다 보면 참기름 같은 고소함으로 하나되는 법 그 기막힌 화합으로 뭉친 비빔밥을 먹으며 나 또한 비벼지고 싶다. 내 가진 미움과 온갖 분노를 비비고 섞어 눈물 많은 세상 하나하나 닦아주고 싶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게시기간 : 2006. 7.2.~7.8.) 482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게시기간 : 2006. 6.25.~7.1.) 481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이근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간이역에 나가 물푸레나무가 된다 비의 열차를 타고 그대 추억에 젖어 올까 봐 마음을 껴입고 나가 그대를 기다린다 기다림은 나를 간혹 슬프게도 하지만 비를 타고 올 그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가고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추억의 손을 잡고 간이역에 나가 눈물 글썽이는 한 그루 물푸레나무, 그대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었다 해도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가고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게시기간 : 2006. 6.18.~6.24.) 480 내 마음의 무게는? 김형모 모든 사람이 몸무게가 다르듯이 마음의 무게도 각각 다릅니다. 누가 서운한 말 한마디라도 하면 견디지 못하고 분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은가 하면, 작은 물질앞에서 본심을 드러내는 사람. 작은 어려움이나 슬픔을 참지못하고 마는 가벼운 사람 등등 그 정도는 각자가 다릅니다. 내 마음의 무게는 얼마쯤 되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하고 그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좋은 책을 읽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면 배운것 하나라도 내 생활에 직접 적용해 가다보면 마음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될것입니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늘리는데 힘을 기울인다면 아마 세상은 훨씬 더 즐거운 세상이 되겟지요. (게시기간 : 2006. 6.11.~6.17.) 479 일을 하는 법 영원유청 스님 일을 하는데 있어 차라리 여유 있게 하느라 범하는 실수는 있을지언정 다급한데서 실수해서는 안되며, 간략한데서 실수할지언정 자세한데서 실수해서는 안 된다. 다급하면 고칠 수 없고, 자세하면 용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중도(中道)를 지키면서 여유 있게 일을 대하여야 일을 하는 법도에 맞는다 하겠다. (게시기간 : 2006. 6.4.~6.10.) 478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게시기간 : 2006. 5.28.~6.3.) 477 아카시아 꽃 필 때 오광수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왜 눈물부터 날까요 호호 입으로 불고 옷에다 닦아서 당신을 가득 묻혀 내게 준 만년필은 몇 번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고 아픈 가슴만 망울졌습니다 이젠 당신의 얼굴을 그리려해도 짓궂은 세월이 기억하는 얼굴을 흩으면서 아내와 비슷한 얼굴로 만듭니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올해도 나를 꿈의 기억으로 보냅니다 혼자서 하얀 꽃을 보면서 말입니다 (게시기간 : 2006. 5.21.~5.27.) 476 별과 선생님 하청호 하늘 큰 가슴에 별이 반짝인다. 가만히 보노라면 반짝임도 빛깔도, 크기도 제각기 다르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보시고는 얘들아, 너희들은 선생님의 가슴에 반짝이는 제각기 다른 별이지. 그래요. 우리들은 선생님의 가슴에 자랑으로 뜨는 빛나는 별이지요. 그 날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크고 환한 별이었어요. (게시기간 : 2006. 5.14.~5.20.) 475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게시기간 : 2006. 5.7.~5.13.) 474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오인태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저렇게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 커가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갓 깨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 속에 놀고 있기 때문이지 저렇게 농삿집 뜨락이 따뜻한 것은 갓 태어난 송아지,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봄볕에 몸 부비고 있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새잎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새싹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다시 오월이 찾아오고 이렇게 세상이 사랑스러운 것은 올챙이 같은, 송사리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송아지 같은, 강아지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게시기간 : 2006. 4.30.~5.6.) 473 젖고 있는 들판에서 이건청 들판이 하나 젖고 있다. 목이 마른 들판 하나가 남풍에 몸을 맡긴 채 비를 맞고 있다. 봄비에 젖고 있다. 어디선가 노고지리가 운다. 미루나무는 미루나무끼리 오는 봄을 먼저 보려고 발뒤축을 들고 서있다. 일렬로 서있다. 우리의 마른 들판 하나가 쟁기날을 기다리면서 젖고 있다. 상추씨도, 연초록 아욱 싹도 오고 있다. 실비 속에 마른 들판 하나가 젖고 있다. (게시기간 : 2006. 4.23.~4.29.) 472 생의 한가운데서 윤영지 용광로에도 녹지 않을 단단한 자물통으로 채워진 문 세월만이 열게 하였구나 응달진 골짜기로 깊숙이 잠수한 나를 봄볕가로 시간이 부르니 "예" 하고 길목에서 낡은 옷 한 꺼풀씩 벗는다 잃어버린 태양 깊은 강물에서 건져 올린 너 너와 동행할 나 생의 한가운데서 한 송이 꽃으로 피게 내가 살아온 세월아 고맙다. (게시기간 : 2006. 4.16.~4.22.) 471 내 아들아 최상호 너 처음 세상 향해 눈 열려 분홍 커튼 사이로 하얀 바다 보았을 때 그때처럼 늘 뛰는 가슴 가져야 한다 까막눈보다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 한 눈으로 보지 말고 두 눈 겨누어 살아야 한다 깊은 산 속 키 큰 나무 곁에 혼자 서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이 내 아들아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이어야 한다 (게시기간 : 2006. 4.9.~4.15.) 470 더불어 가는 걸음에게 장재선 반쪽의 넋과 살이 비어 놓은 반쪽을 맞이하는 봄날 오후, 인연의 소중한 울림으로 어디서 종소리가 들리어오고 온 몸에 꿈꽃을 달고 왔던 그대 신부여, 순백의 드레스가 눈물겨운 의미는 아름다운 출발에 있으리니 의젓한 내일을 살자. 설레는 다짐으로 밝게 웃는 신랑이여, 꿈이 크낙한 걸음에는 펼쳐지는 소망의 자락만큼 벼랑도 잦은 법, 늘 마르지 않는 숨결아래 사랑은 든든히 가꿀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 안에 가둠이 아니라 언제나 더불어 걷는 것, 걷다가 지칠 때 쉴 수 있는 가슴을 열어주는 것. 어디에선가 미소처럼 햇살이 내리고 삶의 이웃들 기뻐하는 봄날 오후에 더불어 가는 걸음으로 약속되는 신실한 꿈넋이여. (게시기간 : 2006. 4.2.~4.8.) 469 봄볕 강동주 어질고 착한 사람 되거라 엉뎅이 또다려 주시던 할머니 아무래도 봄볕이 그런 것 같애 풀잎도 개나리도 엉덩이를 내민다. (게시기간 : 2006. 3.26.~4.1.) 468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정안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나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다보면 바라다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 곱게 간직하고 싶다 (게시기간 : 2006. 3.19.~3.25.) 467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게시기간 : 2006. 3.12.~3.18.) 466 이 밤에 숨소리마저 내기 미안한 이 밤에 여경희 사랑을 위하여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무얼 바라고 사랑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좋고 행복하기에 그것이 사랑이라기에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와 사랑한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젊은 날의 한 페이지일 뿐입니다 떠나가는 그대에게 야속한 그대에게 화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붙들고 울지도 못했습니다 입 속에서 맴돌던 말 ....왜냐고.... 저만치 떨어져서 겨우 할 수 있었던 말 .... 날 사랑한게 아니었냐고.... 그대 보고파서 한동안 힘이야 들겠지요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망설이기도 하겠지요 그러고는 차츰 그댈 잊어가는 나를 발견하겠지요 그대에게 화조차 못낸것은 울며 붙잡지 못한것은 그대를 그만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덜 사랑한 것을 깨닫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게시기간 : 2006. 3.5.~3.11.) 465 봄처럼 니가 올까 안신정 봄처럼 니가 올까 빈 가지마다 초록신호등 같은 새싹이 돋으면 너도 나에게로 건너올까 시린 등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그렇게 올까 언젠가 니 가슴에 비밀스레 끼워 둔 꽃잎 하나 저 혼자 마르는 꽃잎의 창백함을 너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니가 연거푸 피던 담배 연기처럼 안개 속에 갇혀버린 나를 너는 보지 못하지만 초록신호등 같은 새싹이 돋으면 봄처럼 니가 올까... 아득한 그곳에서 나에게로 건너올까 (게시기간 : 2006. 2.26.~3.4.) 464 온라인 이복희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픈 이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간다 무통장 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 번호를 적어 넣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게시기간 : 2006. 2.19.~2.25.) 463 껍질로 서서 복거일 입춘 지난 땅은 바쁘다. 응달의 마지막 눈을 녹이고 놀이터 나무 울타리로 물을 올리고. 공 차는 학생들에 밀려 의자를 안고 돌지만 오랜만에 나온 녀석은 신이 났다. 문득 조용해서 살펴보니, 의자 아래 밤 껍질에 눈독을 들인다. 얼른 집어 쓰레기통으로 가다 보니, 껍질은 느긋한 얼굴이다. 밤톨을 내보낸 품이 제법 넉넉하다. 따지고 보면, 모두 껍질로 끝난다... 태어나려는 것들 끌어안고 불룩하게 끝난 욕심들이 널린 땅... 이만한 몸짓이 쉬우랴. 입춘 지난 하늘은 바쁘다. 철새들 띄우고 구름을 밀고 좀 미안한 마음으로 던지고 돌아서면, 아빠야, 천방지축 달려오는 알맹이. 껍질의 품을 어설프게 벌려본다. (게시기간 : 2006. 2.12.~2.18.) 462 광화문 우체국 이민호 사랑이 떠난 이후 시가 될 줄 알았다는 것은 사랑을 완성하기엔 안간힘이 부족했음을 눈물 이후 시가 될 줄 믿는 것은 사랑이 아직도 이별을 만들지 못했음을 사랑이 떠난 눈물 이후 언제나 눈 내리는 광화문 네거리 골목길 무엇이 온 몸을 녹여 발끝을 적시는가 (게시기간 : 2006. 2.5.~2.11.) 461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게시기간 : 2006. 1.29.~2.4.) 460 눈오는 설날 문삼석 흰눈이 내리어 흰눈이 내리어 미루나무 마을 길에 흠뻑 쌓이어 종알종알 걷는 길 설 세배 가는 길 남이 순이 귀여운 발자국이 한 쌍 가지런히 따라가는 사박사박 맞춰 가는 흰 눈 길은 흰 눈 마음의 아이들이 밝는 길 (게시기간 : 2006. 1.22.~1.28.) 459 딸에게 김용화 너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 선녀가 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게시기간 : 2006. 1.15.~1.21.) 458 사랑하기에 좋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강우혁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귀기에 편한 당신의 나이와 부르기에 편한 당신의 이름과 다가가기 좋은 당신의 온도와 함께하기 좋은 당신의 숨결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열개의 기쁨보다 하나의 슬픔이 더 즐거운 사랑. 접으면 손바닥만큼 작고 펼치면 하늘을 다 가릴 듯 커지는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맑은 눈동자에 나의 행복이 비치고 힘들 땐 아파주고 울어주며 그대 내 몫임을 알게 해준 사랑.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 당신이 곁에 있어서 너무도 행복합니다. (게시기간 : 2006. 1.8.~1.14.) 457 새해 아침 양현근 눈 부셔라 저 아침 새벽길을 내쳐 달려와 세세년년의 산과 들, 깊은 골짝을 돌고 돌아 넉넉한 강물로 일어서거니 푸른 가슴을 풀고 있거니 이슬, 꽃, 바람, 새 온통 그리운 것들 사이로 이 아침이 넘쳐나거니 남은 날들의 사랑으로 오래 눈부시거니 (게시기간 : 2006. 1.1.~1.7.)
3-10.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6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