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5 년
 

 2005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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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새해 아침 양현근 눈 부셔라 저 아침 새벽길을 내쳐 달려와 세세년년의 산과 들, 깊은 골짝을 돌고 돌아 넉넉한 강물로 일어서거니 푸른 가슴을 풀고 있거니 이슬, 꽃, 바람, 새 온통 그리운 것들 사이로 이 아침이 넘쳐나거니 남은 날들의 사랑으로 오래 눈부시거니 (게시기간 : 2006. 1.1.~1.7.) 456 인생! 이조원 산 넘고 물을 건너 살아 온 인생(人生) 길은 그 설움 한(恨)이 되어 백발(白髮)로 피어 나고 젊은날 지난 내력(內歷) 주름진 얼굴 위에 올올이 추억(追憶)으로 새겨진 인생(人生)이여 태어난 사연(事然) 조차 억겁(億迲)인 유년시절(幼年時節) 시름도 회한(懷恨)으로 맴 도는 이명(耳鳴)일랴. 길 잃어 휘청이던 장년(長年)의 그 세월(歲月)은 하 많은 곡절(曲節)속에 토(吐)하는 함성(喊聲)으로 세월(歲月)에 묻혀 버린 지난 날 아픈 상처(傷處) 노을빛 가득 담은 어스름 저녁 나절 일상(日常)의 겨운 삶은 어깨 위 내려앉아 휘어진 등굽으로 떠나는 나그네여... (게시기간 : 2005. 12.25.~12.31.) 455 별이 그리운 날은 노원호 별이 그리운 날은 이름 없는 하늘에 촛불을 켜 두자. 눈 오는 날 하늘 뒤에 숨어서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을 하얀 별을 위하여 우리들 마음에도 촛불을 밝혀 두자. 겨울밤 눈 내리는 날은 별이 그립다. 어둠에서 잠시 돌아서는 듯 볼 수 없는 별을 위하여 눈을 맞는다. 별들의 하늘에도 눈이 있다면 그도 또한 나와 같이 눈을 맞을까. 가슴 속 한 쪽에 촛불을 켜 본다, (게시기간 : 2005. 12.18.~12.24.) 454 그릇을 닦으며 윤미라 어머니, 뚝배기의 속끓임을 닦는 것이 제일 힘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곡차곡 그릇을 포개 놓다가 보았어요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뒷면을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 주세요. (게시기간 : 2005. 12.11.~12.17.) 453 가슴에 그어진 핏빛 금 - 병상의 아내에게 오소향 아내라는 단어 속엔 설렘이 들어 있다. 처음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슬프고 그 다음엔 아내가 되어 복종해야 되고 그리고 어머니가 되면 헌신만이 미덕인양 조용조용 살아가는 우리의 영원한 천사! 아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았을 땐 나의 가슴엔 피금이 그어지고 있었다. 깊은 바다와 높은 하늘 속에 고이 담아 두고픈 그 이름 가슴 두근거리는 아내라는 글자. 아내라는 두 글자를 이 땅의 모든 남성들이여! 가슴에 큰 나무처럼 심고 살아라. 가슴에 핏빛 금 그어지기 전에. (게시기간 : 2005. 12.4.~12.10.) 452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게시기간 : 2005. 11.27.~12.3.) 451 쓸쓸한 날에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 (게시기간 : 2005. 11.20.~11.26.) 450 보지 않고도 보이는 당신 박진환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는 사랑합니다. 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당신을 그 중 사랑합니다. 볼 수 없음과 볼 수 있음을 넘어선 곳에 있는 당신 사랑도 그와 같아서 보이면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보임과 보이지 않음을 넘어선 곳에 당신은 있습니다. 보고 보이지 않음을 넘어선 당신 사랑 말고는 없음을 압니다. (게시기간 : 2005. 11.13.~11.19.) 449 단풍잎 행진 정혜진 가을 햇살 접어 보낸 초대장 받고 설레인 마음 담아 옷 갈아입은 단풍잎. 찬 서리 내려보낸 차표 받아 들고 앞다투어 우수수 뛰어내린 단풍잎. 가을 바람 열차 타고 나무숲 공원 길 모두 덮고 놀이터까지 늘어선 단풍잎 행진 (게시기간 : 2005. 11.6.~11.12.) 448 외로울 때가 있다 정유찬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떼의 새 무리가 지나간 후 혼자 나는 새가 있다 어떤 때는 한 마리의 새가 솟아오르고 난 뒤 한 무리의 새 떼들이 그 뒤를 따르는 걸 볼 수 있다 혼자 나는 새는 가장 강한 새이거나 가장 약한 새 강한 사람도 약한 사람도 한 번쯤은 혼자 나는 새와 같이 외로울 때가 있다 창 밖을 바라보는 나 강한 건지 약한 건지 모르나 외롭다 지금 참 외로울 때다 (게시기간 : 2005. 10.30.~11.5.) 447 별이 되는 그리움 하나 정은 마음이 시리도록 그대를 생각한 날에는 꿈에서도 그대를 봅니다 그대의 눈을 보면 반짝이는 사랑이 내 마음에 박혀 별이 됩니다 멀리 있어 볼 수 없는 날에 반짝이는 별이 되어 조용히 나를 지켜 주는 그대 나는 그대가 그립습니다 만날 기약이 없어도 언제나 크고 넉넉하게 내 마음을 비추어 주는 단 하나 나의 사랑 나는 날마다 그대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이 별이 되는 밤 나는 날마다 그대에게 갑니다 마음이 시리도록 그대를 생각한 날에 그대 만날 꿈길이 그립습니다 (게시기간 : 2005. 10.23.~10.29.) 446 당신이 그리운 날은 장남제 당신이 그리운 날은 다짐처럼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밤하늘을 잘라다 마루에 깔고 엎드리면 한없이 쓸 것만 같던 사연 펜보다 가슴이 먼저 젖고 말아 밤새 쓰다가 구겨버린 편지는 하나 둘 주인 없는 별이 되어 캄캄한 마루에 하얗게 흩어지고 밤하늘에 별만큼 쓰고도 끝내 마저 쓰지 못한 사연은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이 되고 맙니다 당신이 그리운 날은 약속처럼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게시기간 : 2005. 10.16.~10.22.) 445 가을 파로호 김영남 저 호수, 호주머니가 없다 호주머니 없으니 불편하다 뭔가 넣어 맡겨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덜너덜한 생각도 거두고 싶은데 심플 젠틀 모던 이런 단어들이 지나간다 내가, 호주머니 되어보기로 한다 호주머니가 되어 호수의 거추장스런 손들을 모두 한번 거두어주기로 한다 갑자기 호수가 사라진다 거기에 나는 맡겨본다 윤동주 시구 하나 노자의 역성(易性)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내게 누가 쪽배를 띄운다. (게시기간 : 2005. 10.9.~10.15.) 444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박경준 밤하늘에 혜성들이 벌이는 불꽃놀이만 우주쇼는 아닙니다. 우주 속의 작은 별 지구. 그 지구의 차가운 표피를 뚫고 여린 손을 내미는 새싹 순박한 향기로 피어나는 들꽃 가을바람에 춤추며 떨어지는 낙엽 바람과 구름을 노래하는 새들 흙 한 줌 모래 한 알 그리고 여기 이렇게 살아 숨쉬며 느끼고 생각하는 우리 이 모든 것이 다 우주쇼입니다. 우리가 미망未忘의 어둠을 밀쳐내고 욕망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 마음의 푸른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면. (게시기간 : 2005. 10.2.~10.8.) 443 저 가을 속으로 배문성 이른 가을이면 좋겠지 떠나가기 좋은 밤은 한 번만 올 테지 잠시 바람이 불어주면 몸을 내맡기는 것 가벼이 사라지는 것, 자취도 없이 저 가을 속을 걸어가면 사라져야 할 곳이 한 번은 있을 테지 시든 풀이 흔들리고, 시퍼런 서리가 엉켜 있는 곳 그곳에 언뜻 바람이 불어오면 다 털어버리고 싶을 테지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테지 그래서 내 온전한 삶이 저 가을 속에서 지워질 수 있을 텐데 용서받을 수 있을 텐데 (게시기간 : 2005. 9.25.~10.1.) 442 가을은 바람둥이에요 김희정 가을은 흔들흔들 가을벌판에 가서 흔들흔들 벼들과 같이 춤추고, 살랑살랑 단풍잎 은행잎과 함께 뛰어 놀지요. 그리고 한들한들 코스모스 아가씨와 몰래몰래 사랑나누는 가을은 바람둥이에요. (게시기간 : 2005. 9.18.~9.24.) 441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같은 여자가 끊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 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게시기간 : 2005. 9.11.~9.17.) 440 어머니의 눈물 정두리 회초리를 들었지만 못 때리신다. 아픈 매보다 더 무서운 무서운 목소리보다 더 무서운 어머니의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다. 어머니의 굵은 눈물에 내가 젖는다. (게시기간 : 2005. 9.4.~9.10.) 439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승호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게시기간 : 2005. 8.28.~9.3.) 438 아침 박경리 고추밭에 물주고 배추밭에 물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새끼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한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게시기간 : 2005. 8.21.~8.27.) 437 뒷간을 단청하랴! 서동석 바가지는 물이 새어서는 안되지만 쌀을 이는 조리는 물이 새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바퀴는 둥글어야 하지만 바퀴의 축은 각이 져야 한다. 단청이 잘 되어야 전각도 제 모습이 살지만 그렇다고 뒷간을 단청하면 놀림감이다.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 치고 저서 없는 이 없지만 이름 없는 문인의 글에 미치지 못한다. 제 몫은 하지 않은 채 다른 몫을 기웃거리며 우쭐대려 하는 이에게 서산 스님은 일갈 했다. "뒷간을 단청하랴!" (게시기간 : 2005. 8.14.~8.20.) 436 한여름에는 장현기 한여름 한낮 뙤약볕 쨍쨍 뜨겁고 동구앞 정자나무에서 매미가 맴맴맴 귀 따갑게 시끄럽고 집뒤 담장의 오이덩굴에서는 여치가 찍찍 따르르르르 정갈한 울음소리 쉬지않고 익어가는 벼논에서는 메뚜기 대머리가 누우렇게 번뜩이고 파아랗게 무성한 풀밭에서는 방아개비 초록색 연미복 맵씨 자랑하네 그러기에 한 여름 뙤약볕은 더욱 뜨겁게 우리들 모두를 여물게 여물게 키워주네 (게시기간 : 2005. 8.7.~8.13.) 435 지워지지 않을 사랑 연제남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다. 가슴속 솟아오르는 사랑이 넘칠 것만 같아 소중한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보내 주고 싶다.. 머리 위 하늘 가득 사랑이란 두 글자를 커다랗게 적어 놓으니 다시는 지울 수 없는 하늘의 별로 영원히 남아 밤마다 그 별은 나를 찾아올 듯하다. 빛나는 별을 사랑하는 것보다 풀벌레 소리 들려 오는 자연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누군가와 지워지지 않을 가슴 저리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 (게시기간 : 2005. 7.31.~8.6.) 434 누구일까 이계설 지금 발밑을 스쳐가는 개미 내가 무심코 밟아버릴 수도 따스한 숨결을 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살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천사일까 혹은 사람일까 개미 자신은 나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듯이 나 또한 그 두려운 누군가의 눈길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잎새처럼 바람에 흔들릴 뿐 (게시기간 : 2005. 7.24.~7.30.) 433 내겐 너무도 소중한 사랑 장세희 그대는 내겐 너무도 소중한 사랑이랍니다 내겐 너무도 간절한 그리움이랍니다 한 때는 그대 품에 안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한 때는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바람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대를 위하여 나의 욕심들을 하나씩 버려가고 있습니다 자유로이 그대를 보내드리기 위해 나의 바람들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습니다 밤마다 뜨건 눈물로 지새우지만 그대는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사랑이기에 혹여라도 떠나시는 그대 마음에 부담이 될까봐 나는 나의 집착을 기꺼이 버립니다 먼 훗날 그대가 나를 아주 잊으신다 하여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먼 훗날 그대가 나를 기억조차 못 하신다 하여도 나는 결코 그대를 원망하지 않으렵니다 그만큼 그대는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게시기간 : 2005. 7.17.~7.23.) 432 가슴을 적시는 샘물 김영희 무성한 숲만이 온갖 새들을 다 품을 수 있습니다. 굳게 가슴을 닫고 사는 사람들, 그들은 남에게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따스함이 없는 가슴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마치 끝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것처럼 목마르고 힘겨울 것입니다. 작은 실개천 하나가 넓은 초원을 두루 적시듯, 지치고 힘든 나그네에게 한 모금의 샘물은 곧 목숨의 근원이 됩니다. 따스한 마음은 세상의 가슴을 적시는 샘물입니다. (게시기간 : 2005. 7.10.~7.16.) 431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게시기간 : 2005. 7.3.~7. 9.) 430 하루를 살 듯이 법현스님 일을 시작함에 평생동안 할 일이라 생각하면 어렵고 지겹게 느껴지는 것도 하루만 하라면 쉽고 재미있습니다 슬프고 괴로워도 오늘 하루 만이라 생각하면 견딜 수 있습니다. 백년도 하루의 쌓임 이요, 천년도 오늘의 다음날이니 하루를 살 듯 천년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게시기간 : 2005. 6.26.~7. 2.) 429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다 그도 행복이니라 그 둘을 가지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뿐이니라. (게시기간 : 2005. 6.19.~6. 25.) 428 나의 슬픔에게 이태수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싶다. 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 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 나의 슬픔은 언제나 늪에서 허우적이는 한마리 벌레이기 때문에 캄캄한 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 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 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 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소리, 바람소리로 흐르는 오늘도 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 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늘 아래 고개 조아리는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불을 켜서 희미한 기억 속의 창을 열며 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 제 몸마저 남김 없이 태우는 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 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게시기간 : 2005. 6.12.~6. 18.) 427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 김무화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향기를 알았기 때문이다. 향기를 모르는 도시의 건물들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에 향기를 아는 풀잎 그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향기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여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바람 앞에 고개 숙일 줄 아는 풀잎은 바람의 향기를 사랑할 뿐 절대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풀잎이 아름다운 것은 바람의 향기를 사랑하고도 그 바람에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시기간 : 2005. 6.5.~6. 11.) 426 한번쯤은 죽음을 조은 열어놓은 창으로 새들이 들어왔다 연인처럼 은밀히 방으로 들어왔다 창틀에서 말라가는 새똥을 치운 적은 있어도 방에서 새가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나는 해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터이지만 새들은 먼지를 달구며 불덩이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숨죽이고 서서 저 지옥의 순간에서 단번에 삶으로 솟구칠 비상의 순간을 보고 싶을 뿐이다 새들은 이 벽 저 벽 가서 박으며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날개를 함부로 꺾으며 퍼덕거린다 마치 내가 관뚜껑을 손에 들고 닫으려는 것처럼! 살려는 욕망으로만 날갯짓을 한다면 새들은 절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리라 한번쯤은 죽음도 생각한다면...... (게시기간 : 2005. 5.29.~2005. 6. 4.) 425 어머님 생각 최상고 어머님 하늘에 뜨는 저 구름에도 고운 모습 그리움입니다 어머님 바다에 흐르는 저 물결에도 출렁임 보고픔입니다 어머님 산속에 흔들려 우는 저 바람에도 차마 눈물입니다 어머님 세상이 험하여도 인간으로서 삶 다하시라는 말씀 사랑이었습니다 (게시기간 : 2005. 5.22.~2005. 5.28.) 424 부부 공식 최용우 총각땐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다가 별을 보며 들판을 쏘다니다가 밤을 하얗게 샐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되니 못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여 숨이 가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아내도 나 때문에 못하는 게 있을 거란 깨달음.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 반씩 버리고 포기해서 다시 하나가 되는 뺄셈이 부부 공식이라는 생각. 불빛이 있으면 잠들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지금 나는 소경처럼 어둠 속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아내의 젖가슴을 살며시 만져봅니다. 내가 포기한 반쪽이 거기 있습니다. (게시기간 : 2005.5. 15.~2005. 5.21.) 423 5월을 드립니다 이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게시기간 : 2005. 5. 8.~2005. 5.14.) 422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게시기간 : 2005.5.1.~2005. 5.7.) 421 비에 젖자 박준식 사랑아 오지 말아라 로마는 온통 비다 습관처럼 기다렸어도 너는 슬픔이구나 비에 젖지 말자 그리움에 목이 말라도 비에 젖자 씻기지 않는 이야기 걸치고 이제 그만 그쳐도 좋을 그리움아 사랑이라 부르지 말아라 (게시기간 : 2005.4.24.~2005. 4.30.) 420 너를 읽으면, 사랑이 보인다 김종원 사랑이란게 수학처럼 딱히 공식이 있는게 아닙니다 너무나 쉽게 풀리다가도 금새 꼬여버리는게 수학과는 다른 사랑의 실상입니다 하지만 꼬일 때 꼬여도 한번 풀어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게 사랑이기에 당신을 풀기위해 내 인생이 것잡을 수 없이 꼬인다해도 포기할 수 없는게, 그래야만 할 것 같은게 사랑입니다 나 우연히 당신을 보았고 지금 내 앞의 당신을 보면, 그리고 당신을 읽으면 사랑이 보입니다 나 지금부터는 당신에게 읽혀지는 그 사랑을 하나, 하나 모아 당신을 풀겠습니다 너를 읽으며, 사랑을 풀며... (게시기간 : 2005.4.17.~2005. 4.23.) 419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 만큼 산다 그 만큼이 인생이다. (게시기간 : 2005.4.10.~2005. 4.16.) 418 그대에게 오세철 내 마음은 꽃 보다 더 밝고 화사함으로 그대 사랑 합니다. 그대도 나를 따라 활짝 핀 꽃같은 사랑이면 무척 행복 하겠습니다. 그대 내 사랑이여! 먼 훗날에도 이런 마음으로 행복을 나누며 끝없이 가고 싶습니다. (게시기간 : 2005.4.3.~2005. 4.9.) 417 불후의 명작 1 김상미 - 얼마만큼 나를 사랑하니? 아이에게 물으면 - 하늘만큼 땅만큼 이라고 아이는 대답한다 그래, 아이야, 세상은 하늘만큼 땅만큼 넓고 깊단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며, 너와 나의 마음이란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것 그 힘이 인간을 대지에 뿌리박게 한단다 저기 저, 지평선을 보아라 지평선이 보이면 수평선도 보아라 땅과 바다를 하늘로 묶는 지혜의 저 푸른 선들이 하루살이 같을 뻔한 인간의 삶에 자유의 갈기와 희망의 은빛 웃음소리를 담아 온 세상으로 퍼뜨리게 한단다 인간이 가진 온갖 불순한 무기력증을 한방에 다 날려버린단다 아이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야 두려워 말고 세상으로 나가 세상을 살거라 진정한 용기는 행복한 호기심에서 나오는 것 하늘만큼 땅만큼 넓고 깊은 7대양 5대륙을 불꽃같은 네 두 발로 눈부시게 울리고 그립도록 울리거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것 그 마음이야말로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책, 너와 나의 불후의 명작이란다 (게시기간 : 2005.3.27.~2005. 4.2.) 416 사람 송해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때때로 가슴을 다 비워 낸 것처럼 한없이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사람이 사람의 마음 한 쪽 얻어내는 일 그 또한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어느 순간엔가는 모든 게 한순간에 부질없어 지고 말아도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찾고 사람은 사람의 사랑에 목숨걸고 사람은 사람의 마음에 스스로 갇히고 사람은 사람의 가슴에다 꽃씨를 심고 사람은 사람에 기대 살 수밖에 없어 더욱 가엾고 쓸쓸한 일이지... (게시기간 : 2005.3.20.~2005. 3.26.) 415 마음 석지현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은 무엇인가. (게시기간 : 2005.3.13.~2005. 3.19.) 414 때로는 바람처럼 김혜정 때로는 바람처럼 아무 곳에도 머무르지 않고 그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갈망하며 그렇게 살고 살고 싶다. 내게 있는 삶에 가끔 쓸쓸함을 느낄 때 그리움이 찾아 나서고 싶을 때 언제든지 바람처럼 떠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이고 싶다.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 어느 곳에도 속박되지 않는 존재 되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며 존재하는 그런 바람처럼 가끔은 느낌없는 삶을 살고 싶다 (게시기간 : 2005.3.6.~2005. 3.12.) 413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 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게시기간 : 2005.2.27.~2005. 3.5.) 412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황순정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한송이 꽃은 못 되어도 기도하는 바람의 향기로 당신과 함께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저 하늘 별은 못 되어도 간절한 소망의 눈빛으로 당신께 꿈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숨 막히는 열정은 못 드려도 먼 훗날 기억되는 날 당신 입가에 피는 미소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한자리 그리움 같은 섬은 못 되어도 슬픔까지 씻어 줄 수 있는 당신만의 파도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무엇하나 할 수 없는 몸이지만 변함없는 순수의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하는 영혼이고 싶습니다. (게시기간 : 2005.2.20.~2005. 2.26.) 411 밭 한 뙈기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내'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게시기간 : 2005.2.13.~2005. 2.19.) 410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준호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그대로의 모습처럼 늘 내게 머물러 있었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 대한 느낌이 영원할 수 있었음 하는 겁니다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끔 내게 해주었던 핀잔과 잔소리를 변치 않고 해주었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곁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살았음 하는 겁니다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껏 나를 믿어 주었듯이 앞으로도 내내 나의 힘이 되었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영원한 친구로 살았음 하는 겁니다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혹 당신을 실망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나의 의지를 꺽진 않았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영원토록 연인으로 생각하며 살았음 하는 겁니다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당신에게 해 준 것이 많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생각했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의 그 생각이 들어맞았음 하는 겁니다 당신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한 나의 바람을 당신이 쉽게 지나쳐 버리진 않았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좀 더 사랑 할 수 있었음 하는 겁니다. (게시기간 : 2005.2.6.~2005. 2.12.) 409 소년아 봄은 오려니 심연수 봄은 가까이에 왔다 말랐던 풀에 새움이 돋으리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전지(田地)는 남의 것이 되었으나 씨앗은 너의 집에 있을게다 가산(家山)은 팔렸으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더라 재밑의 대장간 집 멀리 떠나갔지만 끌 풍구는 그대로 놓여 있더구나 화덕에 숯 놓고 불씨 붙여 옛소리를 다시 내여 봐라 너의 집이 가난해도 그만한 불은 있을게다 서투른 대장쟁이의 땀방울이 무딘 연장을 들게 한다더라 너는 농부의 아들 대장의 아들은 아니래도... 겨울은 가고야 만다 계절은 순차(順次)를 명심하자 봄이 오면 해마다 생명의 환희가 생기로운 신비의 씨앗을 받더라 (게시기간 : 2005.1.30.~2005. 2.5.) 408 그대 가슴에 단 하나의 별로 뜨고 싶다 김영숙 말이 없어서 침묵이 아니라 침묵으로 널 안고 싶어서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별들도 슬픈 밤 천지에 스며드는 고운 빛 그대 가슴에 단 하나의 별로 뜨고 싶어서 빛나는 게 아니라 사뭇 치게 그리워서 흐느끼는 것이다. 이 넓은 하늘 아래 보고픈 마음 가슴으로 다 채우지 못하고 네가 그리워 가슴이 아픈 거라면 내 곁에 머무르지 않아도 단 하나의 사랑별은 네 가슴에서 흐르나니 그대 가슴에 단 하나의 별로 뜨고 싶다. (게시기간 : 2005.1.23.~2005. 1.29.) 407 겨울밤에 쓰는 편지 허후남 그리움이 오래된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썼다가 지우고 썼다간 또 지우고 겹겹의 종이 위에 살비듬처럼 떨어져 쌓이는 회한 내 사랑은 어디쯤에서 서성이느라 한 줄의 단어로도 돌아오지 못하는걸까 그리운 이여 이름 한 번씩 부를 때 마다 몰래 어느 하늘의 별은 지고 시린 바람만 창가를 서성이며 겨울밤을 앓고 있다 그대를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더 눈물겹구나 (게시기간 : 2005.1.16.~2005. 1.22.) 406 아내에게 유용주 그대 바느질하네 터진 내 상처 꿰매네 그대 단추 달아주네 함부로 내보인 무분별한 아랫도리 단속하네 느슨하게 풀어 논 내 의식 바로잡네 그대 다림질하네 거친 삶 걸어온 내 주름진 발자국 곧게 곧게 펴주네 그대 빨래를 하네 겹겹이 찌든 내 몸 속의 때 그대 순백의 향기로 표백해주네 향기 속에서 가볍게 날아오르게 하네 그대 밥을 하네 그대 맑은 피와 살을 섞어 찌개를 끓이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결핍의 서른 살, 고봉밥 퍼주네 사랑의 고봉밥 흘러 넘치네 그대 밥무덤 속에 영원히 갇히고 싶네 (게시기간 : 2005.1.9.~2005. 1.15.) 405 일상 속의 기도 조현자 바위틈새 풀 한 포기 처마 끝 제비, 조각 구름 생명 있는 모든 것, 무생물까지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 앞마당에 놀러 온 까치 소리에 길을 나설 수 있고 차 한잔에도 감사하게 해 주세요 망막의 작은 떨림 심박동의 갑작스러움에도 안절부절 조마조마하지 않게 평안하게 해 주세요 한때 내가 멀리했던 이웃들 무던히 비굴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게 해 주시고 알게 모르게 저지른 거짓 행동까지 용서해 주세요 슬픔은 엷은 미소로 가지치기를 어둠은 한줄기 빛으로 물을 뿌려 무관심은 사랑으로 잔디를 깎고 양분을 주어 내 삶의 정원을 잘 가꾸게 해 주세요 (게시기간 : 2005.1.2.~2005. 1.8.) 404 사랑하십시요 시간이 없습니다 김진학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십시요. 사랑하는 이에게 여유를 부리고 자존심을 세우기엔 세상에 있는 시간은 너무 짧고 세상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사랑 때문에 내가 있어 가슴 아파 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오. 세상이 험하다해도 사랑하기엔 좋은 곳입니다. 내가 있어 그리워하는 가슴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오. 우리가 세상에 있는 시간은 너무 짧고 젊음의 시간도 빠릅니다. 그래도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일어나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십시오. (게시기간 : 2004.12.26.~2005. 1.1.)
3-09.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5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