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3 년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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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새해의 노래 김규동 새해에는 우리네 가슴에 푸른 강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백두산 지리산에 내리는 함박눈이 온 천지에 펑펑 쏟아져 집과 길을 파묻기도 하고 새와 짐승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지친 우리 걸음걸이도 새 힘이 솟게 하세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동강난 강토에 새봄이 오니 우리 마음 어찌 무심하랴 남녘에도 북녘에도 통일의 노래 애타게 울려 퍼지니 우리의 바람 하늘에 닿으리 억울한 분단의 세월 너무 길었나니 흩어진 형제들 만나 봐야지 끊어진 다리 잇고 막힌 길 새로 헤쳐 그리운 님들 다시 찾아 봐야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넘어가 보세 하늘과 땅 사이 슬픔과 미련 사이 노여움과 원한 사이 그 모든 어둠과 설움 위에 화해와 해방의 빛 굽이치나니 이 고개 넘으면 좋은 세상 만나 본다네 까치 까치 설날은 우리의 설날 둘 아니고 하나인 해님 산 넘어 물 건너 희망의 새날 맞아 어서 나가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넘어나가세 (게시기간 : 2003.12.28.~2004.1.3.) 351 눈 오는 밤에 김용호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같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게시기간 : 2003.12.21.~12.27.) 350 꽃씨 박봉우 가을 꽃씨를 받아 종이에 접는다 종이 속에 봄을 싸서 서랍 속에 간직한다 눈이 쌓인 날 뜰을 쓸고 받아 두었던 꽃씨를 뿌려 들새들의 가슴에 황홀한 봄을 심는 것이다 봄은 들새들의 가슴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다 그 찬란한 봄이 싹트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꽃씨 속에 작은 소망을 심는다 기울어가는 계절에 (게시기간 : 2003.12.14.~12.20.) 349 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성목 몸이 얼고 다 얼어터진 후에야 비로소 바람을, 나무가 가지를 휘어 안고 등을 쓸어 내린다 아픈데 없느냐 내가 널 잊었겠느냐 바람이, 제 품에서 우는 것을 늙은 나무는 뼈를 뚝뚝 꺾어내며 보여주려 하지만 나무는 모른다 바람은 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을 울음이 없다는 것을 끝내는 나무의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만 마을까지 내려와 아궁이 군불 삭정이 같은 것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곤 하는 것이다 (게시기간 : 2003.12.7.~12.13.) 348 세상살이 김춘성 어느 때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때 가장 먼 것이 되고 어느 때 충만했던 것이 어느 때 빈 그릇이었다. 어느 때 가장 슬펐던 순간이 어느 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고 어느 때 미워하는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느 때 무엇으로 내게 올까. (게시기간 : 2003.11.30.~12.6.) 347 닿고 싶은 곳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다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게시기간 : 2003.11.23.~11.29.) 346 음악 강연호 그때 음악과 시가 있는 한 영원한 청춘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우리가 쏘다녔던 골목과 천변은 빛났던가 아니 한 장의 나뭇잎조차 빛나지 않았다 우리가 빛이었으므로 가슴 근처에 잡히는 멍울은 울음이 아니라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기는 울음이 곧 음악이 아닌 적 있었던가 다만 슬프지도 격렬하지도 않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썼고 그래서 한 번도 청춘인 적 없었다 진작부터 늙은 노을이었다 지나가는 말로 묻는 안부처럼 무심한 듯 갑자기 가슴을 치는 것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게시기간 : 2003.11.16.~11.22.) 345 떨림 김충규 나무에 등 기대고 앉아있는데 누군가 가볍게 어깨를 건드린다 내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혹여 오래전 떠난 여자가 뒤꿈치 몰래 들고 다가와서 내 어깨에 제 떨림을 내려놓았나 싶다 아닌 줄 알면서도 나는 슬쩍 어깨를 만져본다 내 손에 붙잡힌 것은 나뭇잎 하나, 그 얇은 살갗에 내게 말을 건네고 싶어하는 나무의 떨림이 고스란히 얹혀있다 손바닥 위에 나뭇잎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으로 덮는다 내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갇힌 나뭇잎이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떨어댄다 거기에 내 떨림이 섞여 그늘뿐인데도 나무 밑이 휘황해진다 (게시기간 : 2003.11.9.~11.15.) 344 낙엽이 가을에게 김정호 가로수 나뭇잎이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내 삶도 가을 한 자락 끝에 머물러 저 나무 이파리들이 떨어져 다가올 봄을 위해 몸을 썩이듯 핏 속에 흐르는 그리움이 어느 날 나를 울릴지라도 아프게 이 가을을 이겨야 한다 화려한 과거는 기억하지 말자 생각날 듯 말 듯한 쓰라린 상처는 더 이상 회상하지 말자 불타오르는 장미의 열정이 아니라도 사월의 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목련의 화사함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황금, 명예, 질투, 탐욕 다 버리고 가을하늘처럼 살리라 그런 다음 떠나고 싶을 때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작은 그림자 앞세워 설레는 마음 안고 떠나리라 (게시기간 : 2003.11.2.~11.8.) 343 어머니의 마당 김미옥 "꽃 좋아하면 눈물이 많다더라" 그러면서도 봉숭아 함박꽃 난초 접시꽃 흐드러지게 심으셨던 어머니 볕 좋은 날이면 콩대 꺾어 말리시고 붉은 고추 따다 널어두고 풀기 빳빳한 햇살 아래 가을 대추도 가득 널어 말리시며 잡풀 하나 없이 다듬느라 저문 날을 보내시던 고향집 마당 이제는 와스락 와스락 마른 대잎만 몰려다니며 잊혀진 발자국 더듬어가고 "내 죽으면 이 지섬 다 어쩔꼬" 어머니의 근심이 마당 곳곳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게시기간 : 2003.10.26.~11.1.) 342 죽도록 사랑해서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 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게시기간 : 2003.10.19.~10.25.) 341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 남유정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영 사라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오고야 말 몸짓이다 사랑도 내게서 내게로 숨어들었거니 나무들은 제 몸에 감춘 꽃을 미리 꺼내지 않으니 더딘 걸음으로 애태우며 오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니 저 먼 사막까지 마중하는 것이니 대추가 찬바람 속에서 마침내 붉어지듯 해금의 심장에서 자진모리로 우는 숨을 꺼내듯 견딜 만큼 견딘 구름이 단숨에 쏟아져 내리듯 기어이 한바탕 춤이어도 좋을 것이다 (게시기간 : 2003.10.12.~10.18.) 340 가을수업 안준철 책을 덮자 오늘은 영어시간이지만 모국어를 배우자 가을 영어로는 '폴' 혹은 '오텀' 어느 것도 가을스럽지 않구나 오늘은 모국어를 배우자 가을 - 입 안에 양칫물이 남아 있었니? 아니면, 꽈리를 깨물었니? 가을 가실 가슬 갈 … 갈바람 아이들아, 오늘은 모국어를 배우자. (게시기간 : 2003.10.5.~10.11.) 339 호박 덩쿨 정진권 담 위에 가을 볕이 환하다 누런 호박 두덩이가 묵직하게 매달려 있다 의젓하다 "저 놈들을 저리 기르느라 호박 덩쿨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호박 덩쿨은 가늘지만 억세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대학 공부시키던 시골 농부의 손처럼 억세다. 맺힌 호박 알이 중간에 시들까봐 애는 또 얼마나 태웠을까? 억센 손, 새까맣게 탄 속. 의젓한 호박들이여, 오늘 퇴근 때는 부모님 자실 술 한 병, 고기 한 근 사가지고 들어가게나. 모시고 사는 것 괴롭게 생각지 말게. 사가지고 들어가 봐야 소용없는 사람도 있다네.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게시기간 : 2003.9.28.~10.4.) 338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권오철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같을 지라도 당신과 함께 걷는다면 풀잎 사이에 서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먼길을 걸어갈 때 뒤돌아보지 않는 것은 나는 이미 밟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 지라도 내가 아직 풀잎 사이에 머물 수 있는 것은 내 영혼 속에 당신의 맑은 영혼이 포개져 있기 때문입니다. (게시기간 : 2003.9.21.~9.27.) 337 들꽃 이야기 박은주 깊은 산 속에 들꽃 한 송이 바람 타고 날아와 외롭게 피어 있죠 아기 다람쥐 살짝 다가와 작은 꽃잎 흔들면서 인사하네요 햇살 내린 어느 날 노랑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날아와서 저 산 너머 꽃동산에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주고 가네요 예쁜 바람아 살랑 불어와 나의 향기 엄마 곁에 전하여 주렴 (게시기간 : 2003.9.14.~9.20.) 336 이루어지려니 정정길 황량한 들녁에 씨앗 뿌린 농부의 꿈 긴 여름 땡볕에 가꾸어 노을에 태운 마지막 가을날 소망한 그 열매 다 함께 거두었으면...... (게시기간 : 2003.9.7.~9.13.) 335 가을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게시기간 : 2003.8.31.~9.6.) 334 박꽃 피는 마을 김원겸 바닷가 작은 마을 깊어 가는 여름밤 지붕마다 하얀 박꽃이 함초름히 피어있어요 하늘 가득한 별 끝없는 파도소리 위로 떠오르며 빙그레 웃음 짓는 달 모두가 잠들지 않고 밤새도록 소근거려요 (게시기간 : 2003.8.24.~8.30.) 333 만일 당신이 사랑을 만나면 배수아 만일 사랑이 있다면 내 일기의 가장 처음이 달라질거야. 유리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석남꽃이 빨갛게 마당에 흩어져도 만일 사랑이 있다면 가난하고 건방진 여인이 되어 너를 찾아 집을 나갈래. 슬픔이 강을 이루는 세상을 헤엄쳐 불 속으로 들어갈래. 메마르고 지쳐 인생의 마지막에 던져졌어도 너를 이렇게 사랑했으니 나 태어남이 슬픔만은 아니었다고 말할거야. 우울한 핏줄이 나를 일으켜 너의 부재를 알아버렸으니 아, 어찌하나 만일 사랑이 있다면. (게시기간 : 2003.8.17.~8.23.) 332 출렁거림에 대하여 고재종 너를 만나고 온 날은, 어쩌랴 마음에 반짝이는 물비늘 같은 것 가득 출렁거려서 바람 불어오는 강둑에 오래오래 서 있느니 잔바람 한 자락에도 한없이 물살치는 잎새처럼 네 숨결 한 올에 내 가슴 별처럼 희게 부서지던 그 못다한 시간들이 마냥 출렁거려서 내가 시방도 강변의 조약돌로 일렁이건 말건 내가 시방도 강둑에 패랭이꽃 총총 피우건 말건 (게시기간 : 2003.8.10.~8.16.) 331 무인도 이종택 파도여 슬퍼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마라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도 영원한 침묵을 비춰다오 불어라 바람아 드높아라 파도여 파도여 (게시기간 : 2003.8.3.~8.9.) 330 여름밤 정태준 모기불 쑥향기 그윽한 여름밤 별똥별 떨어지는 밤 갓 쪄내온 옥수수 내음 내음 이야기꽃 피어 오르는 밤 뙤약볕 아래 왼종일 개울 뒤져 피라미떼 몰고 달빛 아래 손뼉 치며 반딧불 쫓다가 별들만 가득 엄마 무릎 베고 소르르 잠드는 밤 (게시기간 : 2003.7.27.~8.2.) 329 바다에 와서 홍수희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산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듯이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보는 일은 액자 속에 당신을 매달아 두고 유리판 너머로만 만지작거리는 쓸쓸하고 여전히 외로운 일이지만 오래 기다리는 이 비통(悲痛)도 아름다움인 줄을 아는 까닭에 나, 이대로 사랑이 되기 위하여 바다에 와서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게시기간 : 2003.7.20.~7.26.) 328 새벽 이시영 이 고요 속에 어디서 붕어 뛰는 소리 붕어의 아가미가 캬 하고 먹빛을 토하는 소리 넓고 넓은 호숫가에 먼동이 트는 소리 (게시기간 : 2003.7.13.~7.19.) 327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 저녁에도 환한 달빛 (게시기간 : 2003.7.6.~7.12.) 326 아침 풍경 이계천 간밤 비가 내렸습니다. 낮은 곳으로 낮은 세상으로 맑은 소리를 흘려 보냈습니다. 아침, 수줍은 태양 더욱 가까이 내려와 앉은뱅이 풀 끝에 꽃과 같이 앉았습니다. 마루 끝 강아지 귀를 쫑긋거리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게시기간 : 2003.6.29.~7.5.) 325 하지 (夏至) 조재영 아이들이 돌아간 빈 놀이터에 누군가 그리다 만 집 한 채 누워있습니다 막대기 하나 주워들고 금을 긋다 보면 그 집은 점점 커져 일어서고 덩그마한 집 한 채 저녁 불빛에 따스합니다 방문 앞 신발 두 켤레 입을 오므리고 기대앉아 있습니다 어스름한 달무리 지붕을 덮으면 문틈으로 새어나오던 불빛도 꺼지고 가물가물 비가 내립니다 비에 젖은 신발 두 켤레 서럽게 정답습니다 밤이 너무 깁니다 (게시기간 : 2003.6.22.~6.28.) 324 바닥論 김나영 나는 바닥이 좋다. 바닥만 보면 자꾸 드러눕고 싶어진다. 바닥난 내 정신의 단면을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지만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바닥에 누워서 신문을 보고 있으면 나와 바닥이 점점 한 몸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침대를 등에 업고 외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식구들은 내 게으름의 수위가 극에 달했다고 혀를 찼지만 지인은 내 몸에 죽음이 가까이 온 것 아니냐고 염려 하지만 그 어느 날 바닥에... 내 몸을 납작하게 깔았을 때 집 안에 평화가 오더라. 세상의 저변을 조용히 받치고 가는 바닥의 힘을 온 몸으로 전수받기 위하여 나는 매일 바닥에서 뒹군다. (게시기간 : 2003.6.15.~6.21.) 323 집으로 가는 길 최하림 나 물 속처럼 깊이 흘러 어두운 산 밑에 이르면 마을의 밤들 어느새 다가와 등불을 켠다 그러면 나 옛날의 집으로 가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질하고 어지러이 널린 농구들을 정리한 다음 들피를 닦아 마루에 건다 날파리들이 날아들고 먼 나무들이 서성거리고 기억의 풍경이 딱따구리처럼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나는 공포에 떨면서 밤을 맞는다 밤이 과거와 현재로 부유스럽게 흘러간다. 뒤꼍의 우물도 물이 차오르는 소리 밤내 들린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다음날 걸어갈 길들을 생각한다. (게시기간 : 2003.6.8.~6.14.) 322 나무의자 한 그루 김향숙 오래된 벚나무 그늘에 나무의자 하나를 내어놓았다 시집(詩集)을 덮어두고 차를 끓이러 들어온 창문 너머 쓸쓸해 보이는 나무의자의 풍경 그래, 예전엔 너도 나무였구나 성장 멈춘 관절마다 쐐기 옥 다물어 잎눈 틔우던 수액의 향을 힘겹게 잊어냈을 마른 옹이들 손때 익은 한 사람의 체온과 무게를 감내하는 기다림 그리워 할 일 하나로 저기 서 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창문너머로 벚나무 아래 서 있는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게시기간 : 2003.6.1.~6.7.) 321 꽃다운 당신 양수창 꽃이라 부르고 싶은 당신이 내게로 다가와서 향기를 풍기며 살아가는 것은, 진정 꽃다운 당신의 자태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꽃은 부드러운 눈을 가졌습니다. 더러운 세상, 더러운 놈들이라고 욕이라도 퍼부을 만한 일인데 꽃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서 아름다운 꽃이 되었습니다. 꽃은 온유한 입을 가졌습니다. 험담하고 비방했을 만한 일에도 꽃은 칭찬과 격려를 할 줄 아는 넉넉한 입이 있어서, 언제나 향기 진한 꽃이 되었습니다. 꽃은 꽃밭에서만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바람 부는 가시 떨기 밭에서도 홀로 피어 있는 꽃입니다. 바람결에 찔리고 상하고 아파도 그 아픔을 무던히 참아내는 꽃입니다. 아픔이 크면 클수록 도리어 향기를 더 진하게 품어내는 깊숙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벌 나비 날아드는 꽃이 되었습니다. (게시기간 : 2003.5.25.~5.31.) 320 개망초 김다연 보기 흔한 잡풀이라고 함부로 뽑지 마라 그의 가슴에도 기다림의 씨앗이 묻혀있다 오만을 버리고 질기게 피워 올린 한 톨의 소금 꽃 그도 귀한 손님이다 (게시기간 : 2003.5.18.~5.24.) 319 5월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게시기간 : 2003.5.11.~5.17.) 318 사랑 서동수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그냥 좋다. (게시기간 : 2003.5.4.~5.10.)

 

              317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   기진호

              들판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무데서나 살지만
              아무렇게나 살지 않는 들풀이 있기 때문이다.

              쑥은 정하신 때에 쑥잎을 내고
              씀바귀는 뜻에 따라 쓰디쓴 씀바귀 잎을 내고
              냉이는 명령대로 냉이 꽃을 피워낸다.

              작은 꽃일 망정 정성껏 피우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향기를 발하며 산다.

              우리는 이름 모를 들풀을
              싸잡아 잡초라고 부르지만
              자기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고
              벌과 나비들이 외면할지라도
              서러워하지 않고
              그냥 더불어 있음을 감사하며

              장미나 백합의 자리를 시기하지 않고
              들풀은 들풀대로
              아무데서나 들풀로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살지는 않는다.

              (게시기간 : 2003.4.27.~5.3.)



              316   나의 꿈, 나의 소망   김정수

              내가 걸을 수 있다면
              저 넓은 땅을
              마음대로 걷고, 또 뛰면서
              삶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내가 날을 수 있다면
              저 푸른 창공을
              날아
              우주를 생생히 느끼고 싶다

              그러나, 나는
              불편한 장애아
              걷고, 날을 수 없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 하나 온전한 것
              그 속에 걷고, 날며
              모두에게 감사하리
              조물주 하나님
              착한 이웃 모두에게

              (게시기간 : 2003.4.20.~4.26.)



              315   꽃과 언어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게시기간 : 2003.4.13.~4.19.)



              314   햇빛부신 날은   김경옥

              나는 한 식물이 화분에서 자란다는 것이 슬펐다.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것은
              햇빛과 꿈과 자유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화분에 핀 적동백 한 그루의 그 보호받은 빛깔은 나를
              슬프게 했다.

              낙동강 어귀의 나무들이 때때로 거센 폭풍우와 홍수에 떠밀리면서도
              그 어두운 대지 아래로 조금씩 불 밝히며 들어가
              낙동강의 작은 물줄기를 찾아내는
              기쁨을 4월의 저 봄비는 안다
              그 기쁨을 흔드는 실바람은 안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나를 놓아 주고 싶었다.
              흘러가며 어딘가서 대지를 사랑하므로
              고독한 뿌리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 모두의 화분 속에 갇힌 사물도 그대도 떠나 보내주고 싶었다.
              오늘처럼 햇빛부신 날은
              세계가 화분 밖에서 스스로 꿈꾸었으면 좋으리라.

              (게시기간 : 2003.4.6.~4.12.)



              313   꽃씨 한 개   김구연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너의 가슴에
              사랑의 꽃씨가 한 개 있다면
              웃음의 꽃씨가 한 개 있다면
              조그만 꽃씨 한 개가.

              (게시기간 : 2003.3.30.~4.5.)



              312   넌 아니?   손효진

              넌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을 비켜가지만
              내 심장은 이미
              폭발한 것을.

              너의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웃고 마는 것을.

              너의 슬픈 모습을 봤을 때
              혼자 화장실 가서 펑펑
              울었던 것을.

              이렇게 내가 너의 분신이라도 되는 마냥
              너에 따라
              웃는 것을

              널 좋아하는 내 마음
              넌...... 아니?

              (게시기간 : 2003.3.23.~3.29.)



              311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게시기간 : 2003.3.16.~3.22.)



              310   나에겐 그가 있다   이선영

              내가 혼자 남은 집을
              그가 열쇠로 잠그고 나간다
              그는 나와 함께 이 집을
              안에서 잠그고 있던 사람이다
              나는 열쇠에 잠긴다
              문에 잠기고
              내게 없는 그에게 잠긴다
              나에겐 나를 꼼꼼히 잠가 주는 그가 있다
              나에겐 나를 꼭꼭 잠가 두는 그가 있다
              틈틈이 나를 잠가 주는 것이 나날의 일과가 돼 버린 그가 있고
              그가 잠가 주지 않으면 새나갈 것 같은 내가 있다
              그에겐 그 자신과
              나머지 한 개의 열쇠 구멍인 내가 있고
              나에겐 그 없이는 내가 잠가지지 않는 그가 있다
              나에겐 그가 있고 오, 행복한
              나에겐 그가 있다 행복도 사방이 닿지 않는 감방인

              (게시기간 : 2003.3.9.~3.15.)



              309      이정선

              저 넓은 들판에 파랗게 새봄이 왔어요
              가로등 그늘 밑에도 새봄이 왔어요
              모두들 좋아서 이렇게 신바람 났는데
              아이야 우리 손잡고 꽃구경 가자꾸나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개나리 진달래 잠 깨어 모두들 노래 부르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새봄이 좋아서 이렇게 신바람 났는데
              아이야 우리 손잡고 꽃구경 가자꾸나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내 마음 종달새처럼 저 하늘 높이 나르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게시기간 : 2003.3.2.~3.8.)



              308   아버지   조현정

              아버지와 오랜만에 같은 잠자리에 누웠다.
              조그맣게 코고는 소리
              벌써 잠이 드신 아버지
              많이 피곤하셨나보다.
              작지만 야문 손 잡아보고
              주름진 얼굴 살며시 바라보다
              어느새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
              아버지도 사람이셨구나.
              성황당 나무처럼 마을어귀 장승처럼
              백 년이 한결같은 줄로만 알았는데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슬픈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슬픈
              아버지도 사람이셨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내 할아버지가 가신 길을
              아버지도 가시겠지.

              (게시기간 : 2003.2.23.~3.1.)



              307   한 사람을 위하여   정우경

              나를 아프게 한 사람
              그 고통의 두 배만큼
              사랑하게 하소서.
              나를 슬프게 한 사람
              그 눈물의 두 배만큼
              사랑하게 하소서.
              사랑하고 사랑하여
              그 사랑이 지워지는 날까지.

              그러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
              두고두고 그리워해도 늘 안타까운 사람
              영원히 잊지 않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03.2.16.~2.22.)



              306   오늘 밤 꿈 속에선   김옥진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조촐한 찻집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좁은 골목길을 걸어 나오면서
              우리의 장래를 약속할 수 있는
              한 남자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예쁜 딸아이를 낳아
              젖 먹이고 씻겨 키우면서
              손 잡고 유치원 가면서
              ‘나도 엄마처럼 커서 여자 될래’
              귀여운 아이의 엄마로 살았으면 좋겠다
              새벽이면 일어나 콧노래 부르며
              아침을 차리고 손수건도 챙기는
              바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봄날이면
              하얀 블라우스에 주름치마를 입고
              스타킹도 신어야겠지
              구두는 무슨 색깔이면 좋을까
              그이랑 함께 야유회도 갈 수 있을 텐데
              오늘 밤 꿈 속에선 그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게시기간 : 2003.2.9.~2.15.)



              305   새봄에는   정용철

              새봄에는 산을 오르십시오
              새로운 기운이 온몸에 느껴질 것입니다

              새봄에는 들로 나가십시오.
              움터 오르는 새싹을 보고 생명의 경이를 느끼실 것입니다

              새봄에는 물가에 앉아 보십시오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따라 마음도 반짝일 것입니다

              새봄에는 아침을 더 빨리 맞으십시오
              아침의 설레임 속에서 좋은 하루가 열릴 것입니다

              새봄에는 손을 크게 흔들면서 걸으십시오
              좋은일이 두 손에 꽉 잡힐 것입니다

              새봄에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십시오
              의욕의 얼굴빛과 희망의 눈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새봄에는 반갑게 인사하십시오
              하루가 즐거울 것입니다

              새봄에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하십시오
              다리에 힘이 오르고 건강이 좋아질 것입니다

              새봄에는 빨리 화해하십시오
              그분이 먼저 화해를 청해 버리면 당신은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새봄에는 감사하십시오
              자연의 혜택, 사람의 혜택을 얼마나 많이 입고 있습니까?

              새봄에는 나에게 감사하십시오
              얼마나 아름답고, 성실하며, 좋은사람입니까?

              새봄에는 꼭 말하십시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게시기간 : 2003.2.2.~2.8.)



              304   하늘이 보이는 때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볼 적마다
              이제는 늘 하늘을 보며 살자 마음먹지만
              그러한 생각은
              곧 잊히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은 열리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만에야
              참 오랜만에야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게시기간 : 2003.1.26.~2.1.)



              303   약이 되는 말씀   문덕교

              정말로 약이 되는 말 한 마디 있으니 (最有一言眞藥石)
              일 덜고 마음 맑혀 고요속에 사는 것 (淸心省事靜中居)

              (게시기간 : 2003.1.19.~1.25.)



              302      나해철

              한겨울 마른 나뭇가지 끝에도
              주먹 만큼한 별들은 매달려
              외로워
              외로워 말라고
              파랗게 빛나는데
              아직은 심장에 따뜻한 피 흐르는
              내 가슴과 어깨 위에
              어찌 별들이 맺혀 빛나지 않겠는가
              사람들아 나를 볼 때도
              겨울나무를 만날 때도
              큰 눈에 어린 눈물보다도 더 큰
              별이 거기 먼저 글썽이고 있음을 보라

              (게시기간 : 2003.1.12.~1.18.)



              301   사랑보다 큰 선물은 없습니다   유동범

              우리는 사랑속에서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러는 곁에 있는 사랑을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져
              가슴 저미는 고통으로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쉬운 사랑은 없는가 봅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이해와 관심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무지개 빛 희망으로 우리를 감싸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음을 알고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어봅니다.
              세상에서 사랑보다 큰 선물은 없습니다.

              (게시기간 : 2003.1.5.~1.11.)



              300   청년으로   박재동

              내가 만약 청년으로 다시 난다면
              이렇게 하고 싶어라
              우선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의 허술한 곳을 남기지 않고
              운동을 하되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여
              튼튼하고 멋진 몸을 가꾸리라
              그리고 나의 한 가지 특기를 살려 연마하되
              기초를 튼튼히, 튼튼히 하고 결코 교만하지 않으리라
              사람관계를 소중히 여겨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고
              늘 친밀한 정분을 나누되 소탈하게 지내고 싶어라
              연애를 하게 되면 그의 성장을 돕되
              나를 만났으므로 세상이 괜찮았다는 말은 나오게 해야지
              (아니, 아니 아주 진하게 해볼까?)
              사람들의 아픔을 알며
              나와 세상이 나아짐을 기뻐하고
              그것을 위해 계획을 세워 봐야지
              꽃 한 송이 돌 하나에도 배우고 감사하며
              많이 들어 편견에 빠지지 말고
              늘 자신을 살펴야 겠네
              술은 즐기지 않되
              친구와 밤늦도록 토론할 정도는 되어야겠고
              음악이 약하니 음악을 많이 들어야지
              간단한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게 좋겠지
              그리고 부모님 생각도 좀 해야지
              그래서 나날이 조금씩 조금씩
              충만해가는 나를 느끼며
              넘어가는 오늘을 뿌듯한 가슴으로 맞으며
              살아봐야지

              (게시기간 : 2002.12.29.~2003.1.4.)

3-06.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3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