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1 년
 

 2001년 1월부터 12월까지 화장실에서 읽는 시 입니다. (게시일 내림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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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첫 마음 천수녀 새해 첫 날 이른 아침 세수를 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학교에 입학을 하고 빳빳한 새 책장을 넘기며 일과표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하얀 병실에 누워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던 날의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돌본다면 사랑하는 연인 처음 만날 때 콩닥거리던 가슴의 불길 꺼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높이와 깊이 넓이와 크기의 각 그릇을 씻고 닦는 항상 첫 마음을 잃지 않으리 (게시기간 : 2001.12.30.~2002.1.5.) 247 내일의 태양 이지영 모두 물러갔습니다 서산마루에 뉘엿거리는 해를 붙들고 한해를 돌아다보며 또 한해를 내어다보는 시간 삶의 기록을 말아쥐고 촛불 타오르는 앞에 서면 가슴 찔리는 아픔을 어떡합니까 구멍뚫린 가슴으로 돌아와 앉는 자리 쫒기는 이는 오늘 황혼 오늘 구름뿐이다 해선에 떠오를 내일의 태양에 숨가쁜 출발의 설래임을 안고 조용히 축배의 손을 올립니다 오늘같지 않을 내일을 위하여. (게시기간 : 2001.12.23.~12.29.) 246 그대의 사랑이 될 수만 있다면 박래식 나 그대의 사랑이 될 수만 있다면 내 생에는 격정으로 가득 차 봄부터 겨울까지 마르지 않는 마르지 않는 푸른 강물로 남으리라 나 그대의 기쁨이 될 수만 있다면 내 가진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바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저물지 않는 저녁하늘의 외로운 잔별로 남으리라 나 그대의 영원한 추억이 될 수만 있다면 죽음도 두려워 않고 세상 남녘에서 북녘끝까지 쉼없이 나는 드넓은 가을 평원 한 마리 기러기로 남으리라 나 그대의 사랑이 될 수만 있다면 눈내리는 겨울밤 그대 가는 어둔 길 그대의 작은 등불로 남으리라 나 그대의 사랑이 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사랑이 될 수만 있다면 (게시기간 : 2001.12.16.~12.22.) 245 공간 이춘원 내마음에 한 공간이 있으면 한다 서운함과 미움 투기와 사랑마저 한껏 묻어버릴 공간 겨울은 회색하늘이다 한 줌 바람마저도 동반을 꺼려하는 계절은 설움을 잠재울 공간이 없다 길게 늘어진 산자락은 인정이 그리워 회색도시의 아스팔트를 덮고 유혹의 깃발들은 찬바람에 계절을 만끽한다 하늘은 넓다 그러나 영혼이 잠들 공간이 없다 사랑없는 게으름에 까맣게 얼어 죽은 칸나의 영혼 그 영혼을 안아 줄 따뜻한 공간이 되고싶다. (게시기간 : 2001.12.9.~12.15.) 244 토끼야 강소천 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오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흰 눈이 내리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단다. 엄마가, 아빠가 여름동안 모아 놓은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게시기간 : 2001.12.2.~12.8.) 243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김기남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봄 소식을 편지로 띄워 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서성이며 나도 몰래 내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게시기간 : 2001.11.25.∼12.1.) 242 낙엽 사랑 정규화 당신과 낙엽같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봄에 가만히 당신 속에서 태어나 당신의 사랑을 먹으며 푸르러 지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넘치고 넘치다 가을이 되면 당신 곁에서 붉게 물들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어느 순간 부족하다 느껴지면 조용히 당신 곁을 떠나는 낙엽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당신 곁에 남아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실리 모르지만 당신을 위한 거름이고 싶습니다. (게시기간 : 2001.11.18.∼11.24.) 241 인생이 끝날 때 작가미상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가족에게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나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나에게 다른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나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겠습니다. 내 인생이 끝날 때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우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1.11.11.∼11.17.) 240 타는 그리움으로 최옥 그리움 담아서 나무를 바라보면 나뭇잎은 어느 새 내게로 다가서는 그대 옷깃이 됩니다 몸 한번 닿을 수 없는 우리 사랑 그래서 마주보고 서도 늘 목이 마른 간절한 그리움 그리움 담아서 별을 보면 별은 어느 새 그대 따뜻한 눈빛이 됩니다 어느 날, 나 눈 뜨면 그대 사랑 이슬처럼 사라질까 오랫동안 잠 못 드는 밤 한아름 허공을 안고 가만히 그리움을 견딥니다 (게시기간 : 2001.11.4.∼11.10.) 239 꽃다운 안정옥 오늘 문득 생각했지요 몇 년 전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를 그 때가 꽃다운 나날이었는데 혀를 차다가 몇 년 후에 혀를 차고 있을 지금을 헤아리면 지금은 분명 꽃다운 날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는 나날이 꽃다운데 그것도 모르고 내게서 이미 가버렸다고 믿고는 어려서 누군가 꽃다웁다고 하면 흘러버리고 이제 꽃다웁다고 말해주지 않는데 불현듯 나는 꽃지는 이 가을에 꽃같이 아름답고 꽃같은 향기에 빠져 거처가 없는 힘센 사랑 쑥쑥 자라더니 더는 들어서지 못해 제 몸을 밀치며 제 몸을 밀치며 이 떨림을 달래려 꽃지는 가을 공원으로 갔지요 몸이 잠겨 실눈을 뜨고 햇살을 마주하니 피곤이 몰려와 몸을 뒤틀면 두두둑 타게지는 소리 그렇지요 좋을 때는 짧아서 가을 해도 짧고 공원은 텅 비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리워하며 나날이 새로워졌는데 나날이 꽃다웠는데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나는 꽃지는 가을에 불현듯 귀를 세우고 오늘 이 쓸쓸한 사랑을 오래오래 묵혔다가 내게 어떻게 다시 찾아오는지 기다리지요 (게시기간 : 2001.10.28.∼11.3.) 238 도토리 유성윤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서 왔지.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깊은 산골 종소리 듣다가 왔지.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다람쥐 한눈 팔 때 굴러서 왔지. (게시기간 : 2001.10.21.∼10.27.) 237 내가 사랑하는지 내가 모르고 이만식 사랑하는지 안다면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으련만 아무리 가슴이 요동쳐도 아무리 눈길을 마주쳐도 내가 사랑하는지 그대가 모르고 내가 모르고 지금 아무리 가슴이 요동쳐도 아무리 눈길을 마주쳐도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사랑한다고 소리쳐도 내가 사랑하는지 그대가 모르고 내가 모르고 (게시기간 : 2001.10.14.∼10.20.) 236 가을의 노래 유자효 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게시기간 : 2001.10.7.∼10.13.) 235 추석 배종민 보름달이 통통히 익으면 추석이 오고 단풍이 물들면 추석이 온다. 벼가 누렇게 익어도 추석은 오고 과일이 탐스레 익어도 추석은 온다. 추석이 오면 외갓집이 시끌벅적인다. 멀리서 올라온 손자 손녀 떠드는 소리 정겹게 들린다. (게시기간 : 2001.9.30.∼10.6.) 234 당신을 찾았습니다 박흥준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바로 당신이라는 걸 당신을 찾았습니다 이날까지 하지만 당신은 내 마음 받아주지 아니하시고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벌써 용광로가 된 내 가슴은 이제 활화산으로 이글거립니다 맨발로 가시밭길 걷겠습니다 채찍을 맞아가며 수레를 끌지요 당신 맘 열 수만 있다면 돌팔매질에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신을 미워합니다 이렇게 늦게 맺어준 신을 미워합니다 신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당신과 영원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1.9.23.∼9.29.) 233 가슴 메이는 이유 양재선 세상의 절반이 남자인데 그 중 한명을 잃은 것 뿐인데 어쩜 더 많은 기회가 생긴 것일 수도 있는데 어쩜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어쩜 더 잘된 일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가슴이 메이는 이유는 넌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겠지만 난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게시기간 : 2001.9.16.∼9.22.) 232 하늘도 우는 날이 있는데 김용궁 웁시다 슬프면 슬픈 만큼 아프면 아픈 만큼 힘들면 힘든 만큼 웁시다 하늘도 우는 날이 있는데 바다도 폭풍이 부는 날이 있는데 가진 것 하나 없는 우리가 어떻게 기쁜 일만 생기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펑펑 웁시다 슬프면 슬픔이 다하도록 아프면 아픔이 다하도록 힘들면 괴로움이 다하도록 펑펑 웁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웃읍시다 비 갠 하늘이 더욱 더 맑고 푸른 것처럼 폭풍이 지나간 바다가 더욱 더 깨끗하고 투명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에 감사하며 서로를 위해 웃읍시다 이제 다시 울지 않기 위해 …… (게시기간 : 2001.9.9.∼9.15.) 231 휴식같은 친구이고 싶습니다 구승민 휴식 같은 친구이고 싶습니다 그대의 고단한 슬픔 앞에 풍경이 되고 싶습니다 걸러지지 않는 아픔의 진실이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는 희망의 빛을 꾸려주고 싶습니다 그대가 꺼져가는 빛으로 괴로워할 때 서슴치 않는 눈물이고 싶습니다 머물고 싶은 순간이면 언제든 자리를 펴는 쉼터이듯 기대어 올 그대라면 낮은 숨결로 안아주고 싶습니다 아픈 상처의 덫을 내리지 못한 채 떠도는 그대의 고독이 그토록 큰 슬픔이었다면 그저 곁에 서서 어수룩한 세월이고 싶습니다 어둠앞에 기도하는 이, 그대라는 이름 한결같은 마음으로 불러주고 싶습니다 우리 사이에 놓인 터울을 허물고 가슴 저린 진실로 다가서고 싶습니다 거울에 비친 그대의 천진스런 얼굴을 닮고 싶어함도 가슴은 알 것입니다 (게시기간 : 2001.8.26.∼9.1.) 230 우리들의 사랑노래 송수권 남풍 불어 미류나무밭 물 푸는 소리 나거든 직녀여, 그대 산 아래 오두막 짓고 그 미루나무 가지들 몸을 굽혀 북쪽 산마루까지 허옇게 허옇게 속잎새 날려오는 날 나는 그곳에 초막을 짓세 하늘 두고 맹세한 우리들의 사랑 ...... 철 따라 부는 남풍과 북풍 남풍에 미류나무 속잎새들 몸을 굽혀 오거든 그대 오는 걸음새 내 마중 나가고 북풍에 미루나무 겉잎새들 팔팔거리며 남쪽으로 몸을 굽혀 가거든 견우여, 그대 내 발걸음 마중 나오게 하늘 두고 맹세한 우리들의 사랑 ...... (게시기간 : 2001.8.19.∼8.25.) 229 사막의 꽃 이세방 나의 이름은 꽃이어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사막에서 노랗게 피어 살아 있어요 살아있다는 것은 죽음을 앞에 두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나에게 인내와 사랑이 있답니다 세찬 바람 속에서도 나의 뿌리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나의 살갗은 불붙지 않았습니다. 내가 지닌 인내와 사랑은 그야말로 나 혼자만의 눈물이랍니다 (게시기간 : 2001.8.12.∼8.18.) 228 방랑(放浪)의 마음 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게시기간 : 2001.8.5.∼8.11.) 227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며 이용재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낯선 얼굴로 그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들의 삶은 서로가 만나고 헤어지며 그렇게 부대낄 수 밖에 없는, 서로가 큰 삶의 덩어리들을 조금씩 쪼개어 갖는 것일 뿐. 누구나가 그들 나름대로의 자를 들고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서로를 재고 있겠지만 언제나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오늘조차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보이는 것은 쉽게 변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것조차 추한 모습일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의 껍데기일 뿐.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힘겨운 일일 수 있기에 사랑이 더욱 값진 것이겠지만 우리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마저 때로는 거짓일 수 있고 그에게 슬픔일 수 있기에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해 더욱 노력하며 살아야지. (게시기간 : 2001.7.29.∼8.4.) 226 좋은 사람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조용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다 우연한 곳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날마다 만났던 것처럼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악수를 쉽게도 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우리들 마음은 늘 아침이다. (게시기간 : 2001.7.22.∼7.28.) 225 사라진 것들 유승도 상황버섯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 하여 채취하여 다니다 보니, 신이 나서 따던 다른 버섯들을 보아도 반갑지가 않다 산삼 몇 뿌리만 캐면 팔자를 고친다 하기에 산에 갈 때 마다 산삼을 찾다 보니, 산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돌맹이도 그중 빼어난 것이 있다 하여 좋은 수석을 바라며 강변을 걷다보니, 나름대로 멋있던 돌들이 하나같이 병신이다. 달빛 같은 사람이 보고 싶어 인간의 거리로 나서니, 사람다운 사람이 아무도 없다 유년시절 보았던 양귀비를 그리워하니, 눈 앞에 피어나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게시기간 : 2001.7.15.∼7.21.) 224 소중한 오늘 박성철 아침에 일어나 내 방 창가로 보이는 길가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이름 모를 꽃 하나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올망졸망한 꽃망울의 예쁨에 흐뭇해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어제까지는 꽃망울을 피우지 못한 그 이름 없는 꽃은 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움직임이지만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치열한 제 몸짓을 계속해 왔기에 오늘 저 예쁜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었다고. 어떤 사람이든 어떤 사물이든 간에 그것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제 몸짓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어제가 힘겨웠고 오늘 또한 아픔뿐일지라도 소중한 오늘을 제 힘 다 해 전력하는 순간 우리의 미래의 문은 기적처럼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름답고 뜻깊은 오늘 하루. 비록 상처투성이 아픔뿐일지라도 우리가 성실을 다해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시기간 : 2001.7.8.∼7.14.)

 

              223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거야
              너를 흠뻑 적실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게시기간 : 2001.7.1.∼7.7.)



              222   팔려가는 소   조동연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소장수 아저씨가 "이랴"하며
              꼬리를 감아 미신다.
              엄마소는 새끼 놔 두고는
              안 올라간다며 눈을 꼭 감고
              뒤로 버틴다.
              소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차에 실었다.
              새끼가 올라가니
              엄마소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만 새끼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발을 묶어 내릴려고 해도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자꾸자꾸 파고 들어간다.
              결국 엄마소는 새끼만 보며
              울고 간다.

              (게시기간 : 2001.6.24.∼6.30.)



              221   초여름   곽예

              가지마다 꽃이 지자 신록이 번지는데
              푸른 매실을 가리키는 새로운 감흥이여
              긴 날을 보내기엔 곤한 잠이 으뜸인데
              꾀꼬리가 자주 불러 못 견디겠네

              (게시기간 : 2001.6.17.∼6.23.)



              220   웃음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종수

              바람처럼 내 마음 날리고 싶어라
              저 푸른 바다 속 뛰어들어 내 마음 씻기고 싶어라
              살아가다 묻은 아픔의 찌꺼기
              흐르는 강물에 모두 띄워 버리고 싶어라

              살아가면서 나는
              사랑의 마음만 간직하고 싶어라
              바람이 하늘을 사랑하듯
              강물이 바다를 사랑하듯
              사랑하는 님 찾아 고즈넉이
              흘러가고 싶어라

              삶이 내게 주는 아픔의 기억들도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떠올리고 싶어라
              고통이 있기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며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는 것이라고
              웃음을 잃어버린 이에게 타이르듯 일러주고 싶어라

              내 마음속에 흐르는 그리움의 강물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만 싶어라.

              (게시기간 : 2001.6.10.∼6.16.)



              219   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한다.

              (게시기간 : 2001.6.3.∼6.9.)



              218   애가 (哀歌)   추은희

              사람이 그리운 날은
              꽃밭에 누워
              그 향기에 취하여
              하늘을 날까.

              사람이 그리운 날은
              숲속을 갈까
              푸르름에 취하여
              나무가 될까.

              엄밀히
              찾는 이 뜨거운
              마음 너를 알까.

              그리고
              귀한 말씀
              안으로 접어 두고
              그저 울어나 볼까.

              사람이 그리운 날은
              나는 어쩌리.

              (게시기간 : 2001.5.29.∼6.2.)



              217   이별의 말   오세영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기다려 달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안녕'
              손을 내미는 그의 눈에
              어리는 꽃잎
              한 때는 격정으로 휘몰아치던 나의 사랑은
              이제 꽃잎으로 지고 있다
              이별은 봄에도 오는 것,
              우리의 슬픈 가을은 아직도 멀다
              기다려 달라고 말해 다오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게시기간 : 2001.5.20.∼5.28.)



              216   첫사랑   박경석

              타는 가슴에
              밤을 보내면
              넉넉한 마음으로 내리는
              꽃비

              그대
              밝은 웃음 여운은
              내 가슴 무지개 되고
              문풍지 하르르 떨듯
              그리움 젖어 드는
              부끄러움

              살포시
              손 잡아 보면
              뛰는 가슴
              물보라 퍼지듯
              활짝 핀 모란꽃

              (게시기간 : 2001.5.13.∼5.19.)



              215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   서주홍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 것
              떠나고 남은 자리의 크기를
              내 삶의 한 곳간에
              정성 들여 쌓아두고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한 사랑으로 너를 지키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로 너를 키워서

              내 바라던 따스한 봄 볕 내릴 때
              닫힌 내 삶의 한 곳간을 활짝 열어 젖히면

              내 일상(日常)은 하얀 깃털 되어
              파아란 하늘 향해
              나래짓을 하리니

              (게시기간 : 2001.5.6.∼5.12.)



              214   웃으며 살자   한석윤

              엄마야
              아빠야
              웃으며 살자.

              해도 웃고
              달도 웃고
              꽃도 웃잖아

              우리도
              언제나
              웃으며 살자.

              (게시기간 : 2001.4.29.∼5.5.)



              213   그대 없기에 더 이상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구양

              사방이 온통 나무일 때
              나는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빈 벌판에 비만 내리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비인 줄로만 알았다.
              흰새가 나를 물고 날아 올랐을 때
              나는 새가 된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없다.
              어느 날 그대 다가와
              내 안에 강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나를 만들더니
              어디론가 가 버린 지금.
              그대 가던 날 그대처럼
              나도 떠났나 보다.
              그대 없기에 더 이상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시기간 : 2001.4.22.∼4.28.)



              212      전봉건

              나는
              물이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웅덩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개울이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샘이나 늪 못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강이라는 말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비라는 말도 사랑합니다.
              또 있습니다.
              이슬이라는 말입니다.
              삼월 어느 날 사월 어느 날 혹은 오월 어느 날
              꽃잎이나 풀잎에 맺히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
              가장 여리고 약한 물 가장
              맑은 물을 일음을
              이 말과 만날 때면
              내게서도 물기운이 돌다가
              여위고 마른 살갗 저리고 떨리다가
              오 내게서도 물방울이 방울이 번지어 나옵니다.
              그것은 눈물이라는 물입니다.

              (게시기간 : 2001.4.15.∼4.21.)



              211   꽃 두고   최남선

              나는 꽃을 즐겨 맞노라.
              그러나 그의 아리따운 태도를 보고 눈이 어리어,
              그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코가 반하여,
              정신없이 그를 즐겨 맞음 아니라
              다만 칼날 같은 북풍(北風)을 더운 기운으로써
              인정 없는 살기(殺氣)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바꾸어
              뼈가 저린 얼음 밑에 눌리고 피도 얼릴 눈구덩에 파묻혀 있던
              억만 목숨을 건지고 집어 내어 다시 살리는
              봄바람을 표장(表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맞노라.

              나는 꽃을 즐겨 보노라.
              그러나 그의 평화 기운 머금은 웃는 얼굴 흘리어
              그의 부귀 기상 나타낸 성(盛)한 모양 탐하여
              주책(主着)없이 그를 즐겨 봄이 아니라
              다만 겉모양의 고운 것 매양 실상이 적고
              처음 서슬 장한 것 대개 뒤끝 없는 중 오직 혼자 특별히
              약간 영화 구안(榮華苟安)치도 아니고,
              허다 마장(許多魔障) 겪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억만 목숨을 만들고 늘어 내어 길이 전할 바
              씨 열매를 보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보노라.

              (게시기간 : 2001.4.8.∼4.14.)


 

              210   비 오는 날   김기린

              비오는 날은 어쩐지 좋다

              우산을 받쳐 든 내 모습이
              어제보다 훨씬 멋있어 뵌다.

              갑자기 들어온 낯선 사람이
              보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떤다.

              마주잡은 우산 손잡이가 간질거려
              한 발짝 두 걸음이 조심스럽다.

              다 와선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가
              오히려 어찌 그리 고마운지

              그래서 나는 비오는 날이
              언제나 좋더라

              늙어서도 늙지 않은 마음으로
              그리 살리라.

              (게시기간 : 2001.4.1.∼4.7.)



              209      갈정웅

              그것은 항시
              조용히 그 자리에 있지만
              문득문득 놀라움으로 다가오고

              어느 날 새가 되어
              가슴속 깊이깊이 날아와서
              나래를 접는다

              엷은 바람에도
              스러질 듯 가녀리지만
              때로 어둠을 가르고 산을 오르는
              밤별로 빛나다가

              새봄 눈아의 모습으로
              봉오리다가
              어느덧 만개한 환한 웃음이 되어
              커다란 의미로 핀다

              (게시기간 : 2001.3.25.∼3.31.)



              208   이슬   서종택

              들여다 보아도
              또 들여다 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자꾸자꾸 들여다 보았으므로
              마침내 눈망울이 되어버린
              물방울

              (게시기간 : 2001.3.18.∼3.24.)



              207   내일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이향아

              '내일 만나요'
              돌아서며 나는 문득 내일을 의심한다
              내일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내일이 있다고 소리칠 수 있을까?
              무수히 밝았다가 무수히 저문
              나에게는 허구많은 내일이 있었다
              그들을 헐값에 팔아 넘기고,
              희망을 탕진하고 모욕했었다
              그러고도 다시 말하려는가
              '우리 찬란한 내일 만나요'
              아직도 남아 있는 내일이 있다면
              만약에 은혜처럼 남아 있다면
              물안개에 발이 젖는 비밀의 새벽
              하루 끝 벼랑 위에 바지랑대처럼
              온몸으로 흔들리며
              흔들리면서
              내일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나는 내일 무엇이 되어야 하나

              (게시기간 : 2001.3.11.∼3.17.)



              206   따스한 날의 아침   임명자

              겨울 강이 얼음을 풀고
              제 줄기를 찾아 흘러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눈물이 필요한지
              나는 모르오

              작은 꽃잎이
              햇볕에 등을 기대 일어서기 이해서는
              얼마만큼의 기도가 필요한지
              나는 모르오

              따스한 날 아침에
              그대는 창가에 나앉아 눈부시어 웃고만 있소
              나의 눈물과
              나의 기도가 들릴 리 없는 외진 곳에서
              지금쯤 강물 흐르고
              꽃은 등을 기대 일어서겠소

              이런 날은
              눈이시리도록 불어오는 바람에
              저만치 떠밀려 혼자이고 싶소

              (게시기간 : 2001.3.4.∼3.10.)



              205   사랑   공광규

              새를 사랑하기 위하여
              조롱에 가두지만
              새는 하늘을 빼앗긴다

              꽃을 사랑하기 위하여
              꺽어 화병에 꽂지만
              꽂은 이내 시든다

              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 마음에 그물 쳤지만
              그 그물 안에 내가 걸렸다

              사랑은 빼앗기기
              시들기
              투망 속에 갇히기.

              (게시기간 : 2001.2.25.∼3.3.)



              204   일기장에 쓰는 아쉬움   박동일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들
              수줍어서 건내지 못하고
              그 안타까움만 일기장에 씁니다
              왜 그대를 만나면
              혼자서 연습한 얘기들은
              한 마디도 못하고
              돌아서면 잊혀질
              얘기들만 하게 되는지
              그대 배웅하는 길이
              끝이 없었으면 하는 것은
              헤어지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입 안에서 맴도는 말
              꺼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 일기장이
              그대의 마음속이라면 좋겠습니다
              깨알같이 쓰여진 내 마음
              그대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요

              (게시기간 : 2001.2.18.∼2.24.)



              203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 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게시기간 : 2001.2.11.∼2.17.)



              202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게시기간 : 2001.2.4.∼2.10.)



              201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 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 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부재(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불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 본다.

              (게시기간 : 2001.1.28.∼2.3.)



              200   옛날은 가고 없어도   송승교

              더듬어 지나온 길 피고 지던 발자국들
              헤이는 아픔 대신 즐거움도 섞였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 때 어른 거려라

              그렇게 걸어온 길 숨김없는 거울에는
              새겨진 믿음 아닌 뉘우침도 비쳤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게시기간 : 2001.1.21.∼1.27.)



              199   고드름   유지영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세요
              낮에는 햇님이 문안 오시고
              밤에는 달님이 놀러 오시네

              고드름 고드름 녹지 마세요
              각시님 방안에 바람 들으면
              손시려 발시려 감기 드실라

              (게시기간 : 2001.1.14.∼1.20.)



              198   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김미선

              그대 정말로 나를 사랑하신다면
              지금처럼만 사랑해 주십시오

              그대 정말로 나를 사랑하신다면
              지금처럼 가슴으로만 사랑해 주십시오

              그대 눈에 비치는
              내 삶이 하도 아파 보여서
              그 아픔 잠시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지는 마십시오

              애틋한 시선으로
              사랑어린 연민으로
              내 어깨를 감싸주는 그 손길은
              언제인가 거두어지니까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뒤돌아 서면서 차츰씩 엷어지는
              그런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지는 마십시오

              (게시기간 : 2001.1.7.∼1.13.)



              197   인생의 찬가   김소엽

              지혜있는 자는 인생의 풍랑을 만났을 때
              정면으로 파도를 맞지 않으니
              설령 평생 걸려 만든 배가 파산되었어도
              신에게 도전하여 항변하기 보다는
              파도가 남긴 말을 들으려고 애쓰느니
              모래 한 알 한 알이 시간의 파편이요
              선현들이 남기어 놓은 침묵의 언어리니
              멀죽이 앉아서 새겨들으면 풍랑의 말도 뜻이 있거늘
              바람이 분다고 서러워 말라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라
              파산되었다고 절망하지 말라
              풍랑이 이는 것은 바다를 청소하기 위함이요
              바람이 부는 것은 꽃씨를 퍼뜨리기 위함이요
              비가 내리는 것은 땅위의 모든 더러움을 씻기 위한
              하늘의 방법이라면
              인생의 풍랑에도 반드시 선한 뜻이 숨어 있으리니
              생의 중반이나 혹은 노년에 이르러
              무서운 폭풍을 만난다 해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끝까지 믿노라면 무슨 걱정있으리오
              파도가 나에게 이르는 말
              이제사 조금 헤아린 듯 인생을 음미하며 살다 보면
              삶의 기쁨과 보람있으리니 살아 있는 날에
              하루하루를 감격과 설렘으로 최선을 살자
              형제여! 우리 모두 머지 않아 흙으로 돌아갈지니
              그날이 오기 전에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나긴 시간의 영원 속에서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 너와 내가
              오늘 이렇게 살아 있음을
              기쁨으로 노래하자. 나의 형제여!

              (게시기간 : 2000.12.31.∼2001.1.6.)


3-05. 화장실에서 읽는 시 2001 년   끝.       메인메뉴로  이동  화장실에서 읽는 시 메인 메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