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4. 어린 왕자 21-27
 

     - 어린 왕자  -      생텍쥐베리 


21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는 공손히 대답하고 몸을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있어." 좀전의 그 목소리가 말했다. "너는 누구지? 넌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아. 난 정말로 슬프단다......" 어린 왕자가 제의했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여우가 말했다.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본 후에 그는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뭐지?" "넌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니?" 여우가 물었다.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뭐지?" "사람들은 소총을 가지고 있고 사냥을 하지. 그게 참 곤란한 일야! 그들은 병아리들도 길러.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지. 너 병아리를 찾니?" 여우가 물었다. "아니야.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게 뭐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너무 잘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만든다고?" "그래."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 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차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걸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으니까......" "아, 아니야! 그건 지구에서가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몹시 궁금한 기색이었다. "그럼 다른 별에서의?" "그래." "그 별엔 사냥꾼들이 있지?" "아니, 없어." "그거 참 이상하군! 그럼 병아리는?" "없어." "이 세상에 완전한 데라곤 없군." 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하던 이야기로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병아리를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 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 들 테지만 너의 발자국소리는 땅 밑 굴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거든.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구들을 찾아 내야 하고 알아볼 일도 많아."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알 사간이 없어졌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 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 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날 다시 어린 왕자는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儀式)이 필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너무 자주 잊혀지고 있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신나는 날이지! 난 포 도밭까지 산보를 가고.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 이 되어 버리잖아. 그럼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 거고......"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출발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는 말했다. "아아! 난 울 것만 같아."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널 길들여 주길 네가 원했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그래." 여우의 말이었다. "헌데 넌 울려고 그러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러니 넌 이익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익본 게 있지. 밀밭의 색깔 때문에 말야." 여우가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께."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 야." 그들에게 그는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 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꼭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그가 계속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 겐 너희들과 똑같이 새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 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병풍으로 보호해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 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 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 란다." "......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라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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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철도의 전철수가 말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어?" 어린 왕자가 물었다.
  "한 꾸러미에 1천여 명씩 되는 기차손님들을 꾸러미 별로 가려내고 있어. 그들
을 싣고 가는 기차들을 어느 때는 오른쪽으로, 어느 때는 왼쪽으로 보내는 거지." 
전철수가 말했다.
  불을 환히 밝힌 급행열차 한 대가 천둥처럼 소리를 내며 조종실을 뒤흔들었다.
  "저 사람들은 몹시 바쁘군. 그들은 뭘 찾고 있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기관사 자신도 몰라." 전철수가 말했다.
  그러자 반대 방향에서 두 번째 불을 밝힌 급행열차가 소리를 냈다.
  "그들이 벌써 돌아오는 거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아까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지. 서로 엇갈리는 거지."
  "그들은 있던 곳에서 만족하지 않았나 보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만족하지 않는단다." 전철수가 말했다.
  그러자 세 번째의 불을 밝힌 급행열차가 우렁차게 달려왔다.
  "저 사람들은 먼젓번 승객들을 쫓아가고 있는 거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쫓아가고 있지 않아." 전철수가 말했다. "그들은  저 속에서 
잠들어 있거나 아니면 하품을 하고  있어.  오직 어린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납작 대고 있을 뿐이지."
  "어린아이들만이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들은 누더기 같은 인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그것은 그들에겐 아주 주요한 게 되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그것을 빼앗아가면 어린아이들은 울지......"
  "아이들은 행복하군." 전철수가 말했다.
  
  
  23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장사꾼이 말했다.
  그는 목마름을 가라앉혀 주는 새로 나온 알약을 파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알씩 먹으면 마시고 싶은 욕망을 영영 느끼지 않게 되는 약이었다.
  "왜 그걸 팔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시간을 굉장히 절약하게  해주거든.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보았어.  매주
오십 삼 분씩 절약하게 되는 거야." 장사꾼이 말했다.
  "그 오십 삼 분으로 뭘 하지?"
  "하고 싶은 걸 하지......"
  (만일 나에게 마음대로 사용할 오십 삼 분이 있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 갈
텐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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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킨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비축해 두었던 물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을 마시며 장사꾼에 대한 이야기
를 듣고는, "네 체험담은 참 아름답구나.  하지만 난 아직도 비행기를 고치지 못
했어. 마실 거라곤 없고.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수만 있다면 나도 행복하겠다
!"라고 말했다.
  "내 친구 여우는......" 그가 말했다.
  "꼬마 친구야. 여우 이야기할 때가 아냐!"
  "왜?"
  "목이 말라 죽게 되었으니까 말야......"
  그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죽어간다 할지라도 한 친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난 여우 친구
가 있었다는 게 기뻐......"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못하는군)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배고픔도 갈증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햇빛만 조금 있으면 그에겐 충분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바라보더니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도 목이 말라...... 우물을 찾으러 가......"
  나는 소용없다는 몸짓을 했다. 
  광활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무턱대고 우물을 찾아 나선다는 건 당치도 않은 것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을 말없이 걷고 나니 밤이 내리고 별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갈증 때문에 나는 열이 조금 나고 있었으므로 그 별들이 마치 꿈속에서처럼 시
야에 들어왔다. 
  어린 왕자의 말이 내 기억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너도 목이 마르니?" 내가 물었다.
  하지만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물은 마음에도 좋은 것일 수 있는데......"
  나는 그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잠자코 있었다......  
  그에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지쳐 있었다. 그는 앉았다. 나도 그의 곁에 앉았다. 
  그러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별들은 아름다와.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나는 "그렇지"하고 대답하고는 말없이 달빛 아래서 주름처럼 펼쳐져 있는 모래
둔덕들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와." 그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해 왔다.
  사막에서는 모래 둔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침묵 속에 빛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의 그 신비로운 빛남이 무엇인가를 나는 문득 깨닫고 흠칫 놀랐다. 
  어린 시절 나는 해묵은 낡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 집에는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것을 찾으려 든 사람도 아마 없
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보물로 하여 그 집 전체는 매력에 넘쳐 있었다. 
  우리 집은 저 가장 깊숙한 곳에 보물을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집이건 별이건 혹은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
는 법이지......" 내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나의 여우가 같은 의견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
  어린 왕자가 잠이 들었으므로 나는 그를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감동되어 있었다. 부서지기 쉬운 어떤 보물을 안고 가는 느낌 이었다.
  마치  이 지구에는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게 없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창백한 이마. 감겨 있는 눈,  바람결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달빛 아래에서 바
라보며 나는 생각했다.(여기 보이는 건 껍질뿐이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방싯 열린 그의 입술이 보일듯 말듯 미소를 띠고 있었으므로 나는 또 생각했다.
  (이 잠든 어린왕자가 나를 이토록 몹시 감동시키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
의 성실성, 그가 잠들어 있을 때에도  램프의 불꽃처럼 그의 마음 속에서 빛나고
있는 한 송이 장미꽃의 모습이야......)
   그러자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는 짐작이  들었다.
   램프의 불은 잘 보호해 주어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그것은 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걸어가다가 나는 동틀 무렵에 우물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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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그래서 초조해 하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소용없는데......"
  우리가 도달한 우물은 사하라의 우물과  달랐다. 
  사하라의 우물은 그저 모래에  파놓은 구멍 같은 것이다. 
  그 우물은 마을  우물과 흡사했다. 그곳엔 그러나 마을이라곤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꿈을 꾸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상하군." 내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모든 게 갖추어져 있잖아.  도르래. 물통 밧줄......"
  그는 웃으며 줄을 잡고 도르레를 움직였다. 
  그러자 도르래는 바람이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을 때 낡은 풍차가 삐걱이듯 그
렇게 삐걱였다.
  "들리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게 하지  이 우물이 노래를 하잖아."
  나는 그에게 힘드는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께." 내가 말했다. "너에겐 너무 무거워."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 둘레의 돌까지 들어올렸다. 
  나는 그것을 돌 위에 떨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내 귀에는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쟁쟁하게 울렸고, 아직도 출렁이고 있
는 물 속에서는 햇살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이 물을 마시고 싶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물을 좀 줘......"
  그러자 나는 그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는 눈을 감고 물을 마셨다. 
  축제처럼 즐거웠다. 
  그 물은 필경 음료와는 다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별빛 아래서의 행진과 도
르래의 노래와 내 두 팔의 노력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과 자정미사의 음악과 사람
들의 미소의 부드러움이 내가 받는 선물을 마냥 황홀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었다.
  "아저씨 별의 사람들은 한 정원 안에 장미꽃을  5천 송이나 가꾸지만......"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들이 찾는 것을 거기서 발견하지 못해......"
  "그래. 발견하지 못한단다."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발견될 수도
있어......"
  "물론이지." 그가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그러나 눈은 보지를 못해. 마음으로 찾아야 해."
  나도 물을 마시고 난 후였다. 편히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해가 돋으면 모래는 꿀빛깔을 띤다. 나는 그 꿀빛깔에도 행복했다. 
  괴로워할 필요가 어디 있었겠는가......
  "약속을 지켜 줘야 해." 어린 왕자가 내게 살며시 말했다.
  그는  다시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무슨 약속?"
  "약속했잖아......양에게 굴레를 씌워 준다고......난 그 꽃에 책임이 있어!"
  나는 끄적거려 두었던 그 그림을 포켓에서 꺼냈다.
  어린 왕자는 그림들을 보고 웃으며 말헸다.
  "아저씨가 그린 바오밥나무들은 뿔 비슷하게 생겼어......"
  "아, 그래?"
  바오밥나무 그림에 대해 난 몹시 우쭐해 있지 않았던가!
  "여우는...... 귀가...... 뿔 비슷하다고...... 너무 기다랗고!"
  그리고는 그는 또 웃었다.
  "너는 너무 심하구나. 
  나는 속이 뵈거나 안 뵈거나 하는 보아 구렁이밖에 목 그린다니까."
  "아, 괜찮아. 아이들은 알고 있으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그래서 연필로 굴레를 그렸다. 
  그 굴레를 어린 왕자에게 주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그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기구에 떨어진 지도...... 내일이면 돐이야......"
  그리고는 잠시 묵묵히 있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바로 이 근처에 떨어졌었어......"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나는 또다시 야릇한 슬픔이 솟구쳤다. 
  그런데도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럼 일주일 전 내가 너를 알게 된 날 아침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
어진 여기서 네가 혼자 걷고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구나.  떨어진 지점으로 돌
아가고 있어?"
  어린 왕자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머뭇거리며 나는 말을 이었다.
  "아마 돐이 되어서 그런 거겠지?......"
  어린 왕자는 또 얼굴을 붉혔다. 
  그는 묻는 말에 결코 대답 하진 않았으나 얼굴을 붉힌다는 것은 그렇다는 뜻이
 아닌가?
  "아! 난 두려워지는구나......"
  그런데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이제 일을 해야 해. 아저씨 기계로 돌아가.  난 여기서 아저씨를 기
다리고 있을께 내일 저녁에 돌아와......"
  하지만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여우 생각이 났다. 
  길들여졌을 때는 좀 울게 될 염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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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이 있는 쪽에는 폐허가 된 해묵은 돌담이 있었다.
  다음날 저녁, 일을 하고 돌아오면서 보니 어린 왕자가 그 우에 앉아 다리는 늘
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들렸다.
  "아니야, 아니야. 날짜는 맞지만 장소는 여기가 아니야......"
  나는 담벽을 행해 걸어갔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는데도 어린 왕자는
다시 대꾸를 하고 있었다.
  "......물론이지. 모래 위의 내 발자국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가서봐.  거기서
날 기다리면 되. 오늘 밤 그리고 갈께."
  나는 담벽에서 20미터 쯤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
았다.
  어린 왕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독은 좋은 거니? 틀림없이 날 오랫동안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우뚝 멈춰섰다. 
  아무래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가봐." 그가 말했다. "내려갈 테야!"
  그래서 나도 담벽 밑으로 시선을 내리뜨려 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삼십 초 만에 사람에게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그 노란 뱀 하나가 어
린 왕자를 향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권총을 꺼내려고 호주머니를 냅다 뒤지며 나는 막 뛰어갔다. 
  그러나 내 발자국 소리에 뱀은 모래 속으로 스르르  물줄기 잦아들듯 미끄러져
들어가더니 가벼운 금속성 소리를 내며 돌들 사이로 조금도 허둥대지않고 교묘히 
몸을 감추어 버렸다.
  나는 담 밑까지 이르러 눈처럼  새하얘진 나의 어린 왕자를 간신히  품에 받아
안을 수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지? 이젠 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나는 그가 밤낮없이 목에 두르고 있는 그 금빛 머플러를 풀렀다. 
  관자놀이에 물을 적시고 물을 마시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 무어라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진지한 빛으로 바라 보더니 내 목에 두 팔을 감았다.
  카빈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처럼 그의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아저씨 기계고장을 고치게 돼서 기뻐. 아저씬 이제 집에 돌아가게 됐지......"
  "그걸 어떻게 알지?"
  천만뜻밖에 고장을 고치는 데 성공했다는 걸 그에게 알리려던 참이 아니었던가!
  그는 내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    그러더니 쓸쓸히,
  "내가 갈 길이 훨씬 더 멀고...... 훨씬 더 어려워......"
  무엇인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 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어린 아기처럼 품안에 고옥 껴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그는 깊은 심연 속으로 곧장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물끄러미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듯한 심각한 눈빛이었다.
  "나에겐 아저씨가 준 양이 있어. 그리고 그 양을 위한 상자도 있고. 굴레도 있
고......"
  그리고는 쓸쓸히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가 조금씩  조금씩 몸이 더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얘, 넌 겁이 났었지......"
  그가 무서워하고 있었던 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저녁엔 더 무서울 거야......"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에  나는  다시금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 웃음소리를 영영 다시 들을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견딜 수 없는 일임을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것은 나에게는 사막의 샘 같은 것이었다.
  "얘, 네 웃음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 밤으로 꼭 일 년째가 돼. 나의 별이 내가 작년 이맘때 떨어져내린 그 장
소  바로 위쪽에 있게 될 거야......"
  "얘, 그 뱀이니 만날 약속이니  별이니 하는 이야기는 모두 못된 꿈 같은거 아
니니......"
  그러나 그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물론이지......"
  "꽃도 마찬가지야. 어느 별에 사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바라
보는 게 감미로울 거야. 별들마다 모두 꽃이 될 테니까."
  "물론이지......"
  "물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내게 마시라고 준 물은 음악  같은 것이었어.
도르래와 밧줄 때문에...... 기억하지...... 물맛이 참 좋았지."
  "그래......"
  "밤이면 별들을 바라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지금 가리켜 줄 수
가 없어. 그 편이 더 좋아.  내 별은 아저씨에게는 여러 별들 중의  하나가 되는
거지. 그럼 아저씬 어느 별이든지 바라보는게 즐겁게 될 테니까...... 그 별들은
모두 아저씨 친구가 될 거야. 
그리고 아저씨에게 내가 선물을 하나 하려고 해......"
  그는 다시 웃었다.
  "아, 얘, 그 웃음소리가 난 좋다!"
  "그게 바로 내 선물이 될 거야...... 이건 물도 마찬가지야......"
  "무슨 뜻이지?"
  "사람들에 따라 별들은 서로 다른 존재야.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 뿐이고.  학자인 사람에게는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금이지. 하지만 그런 별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씬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가지게 될 거야......"
  "무슨 뜻이니?"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아저씨의 슬픔이 가셨을 때는(언제나 슬픔은  가시게 마련이니까) 나를
안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씬 언제까지나  나의 친구로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웃고 싶을거고. 그래서 이따금 그저 괜히 창문을 열게 되겠지......
그럼 아저씨 친구들은 아저씨가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 걸 보고 꽤나 놀랄 테지. 
그러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줘.<그래. 별들을 보면 언제나 웃음이 나오거든!> 
그들은  아저씨가 미쳤나 보다고 생각하겠지. 
난 그럼 아저씨에게 못할 짓을 한 셈이 되겠지......"
  그리고는 그는 다시 웃었다.
  "별들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조그만 방울들을  내가 아저씨에게 잔득 준 셈이
 되는 거지......"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심각한 기색이 되었다.
  "오늘 밤은...... 오지 말아."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을걸."
  "난 아픈 것같이 보일 거야...... 좀 죽는 것처럼 보일 거야. 
그러게 마련이거든. 그런 걸 보러 오지 마. 그럴 필요 없어."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을 테야."
  그러나 그는 근심스러운 빛이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건...... 뱀 때문이야. 뱀이 아저씨를 물면 안되거든......
   뱀은 사나워, 괜히 장난삼아 물기도 하거든......"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는 안심하는 듯했다.
  "두 번째 물 때는 독이 없다는 게 사실이야......"
  그날 밤 나는 그가 길을 떠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는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뒤쫓아가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잰걸음으로 주저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 아저씨 왔어......"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걱정을 했다.
  "아저씨가 온 건 잘못이야.  마음 아파할 텐데.  내가 죽은 듯이 보일 테니까.
정말로 죽는 건 아닌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기운을 내려 애쓰고
 있었다.
  "참 좋겠지.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별들이란 별은 모두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게 될 테니까, 별들이 모두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줄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 재미있겠지! 아저씬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가지게 되나 난 5억개의 샘물
을 가지게 될 테니......"
  그리고는 그도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야. 나 혼자 한 발짝 걸어가게 내벼려둬 줘."
  그러더니 그는 그 자리에 앉았다.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아저씨...... 내 꽃 말인데...... 나는 그 꽃에 책임이 있어! 더구나 그 꽃은
몹시 연약하거든! 몹시도 순진하고,  별것도 아닌 네 개의 가시를 가지고 외부세
계에 대해 자기 몸을 방어하려고 하고......"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다 끝났어......"
  그는 또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일어섰다.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발목에서 노오란 한 줄기 빛이  반짝했을 뿐이었다. 
  그는 한순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소리치지 않았다.
  나무가 쓰러지듯 그는 천천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27
  
  그러니까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나와 다시 만나 친구들은 내가 살아 돌아온 걸 매우 기뻐했다.
   나는 슬펐지만 피곤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는 내 슬픔도 조금 가셨다.
   다시 말해...... 완전히 싹 가셔 버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그의 별로 돌아갔다는 걸 알고 있다. 
  다음날 해가 떳을 때 그의 몸을 다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몸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래서 밤이면 나는 별들에게 귀기울이기
를 좋아한다. 그것들은 흡사 5억 개의 작은 방울들 같다......
  그런데 이상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가!
  어린 왕자에게 그려 준 굴레에 가죽끈을 붙이는 걸 내가 잊어버린 것이다! 
  그걸 양에게 잡아맬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양이 꽃을 먹었을까......)하고 궁금해 하곤 했다.
  어느 때는 (천만에, 먹지 않았겠지! 어린 왕자는 그의 꽃을 밤새도록 유리덮개
로 잘 덮어 놓겠지. 양을 잘 지킬 테고......)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면 나는  행복해진다. 그러면 뭇별들이 모두 부드럽게 웃는다.
  어느 때는 (한두 번 방심할  수도 있지. 그러면 끝장인데! 
  어느날  밤 그가 유리덮개를 잊었거나 양이 밤중에 소리없이 밖으로 나왔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러면 작은 방울들은 모두 눈물방울로 변한다!......
  그것은 정말 커다란 수수께끼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는 나에게도  그렇듯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 마리 양이 한  송이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
에 따라서 천지가 온통 뒤바뀌게 될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라. 생각해 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거기에 따라 모든 게 변함을 
여러분은 알게 되리라.
  그런데 그것이 그다지도 중요하다는 걸 어른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그리고 가장 슬픈 풍경이다. 
  앞 페이지의 것과 같은 풍경이지만  여러분에게 잘 보여 주기 위해  다시 한번
그린 것이다.
  어린 왕자가 지상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진 곳이 여기다.
  이 그림을 찬찬히 잘 보아두었다가 여러분이 언제고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이와 똑같은 풍경을 꼭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그리로 지나가게 되면,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고 잠깐 별빛 밑에서
기다려 보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때 만일 한 어린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가 웃고 있고 머리칼이 금빛
이면, 그리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주길!  내가 이처럼 마냥  슬퍼하도록 내
버려두지 말고 그  애가 돌아왔다고 빨리 편지를 보내 주길......

5-3-04. 어린 왕자 21-27     끝.       메인메뉴로 이동  재미있는 이야기 메인메뉴로 이동